실거래 조사권한·공시가격 결정권 이양엔 난색
“주택거래 신속한 조사와 권한 이양 상관 없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부동산정책 개선방안을 쏟아내면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 시장의 건의사항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부동산 실거래가 조사 권한·공시가격 결정권 이양 등이다.
국토부 내부에선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대체적이지만, 주택 공급대책 등에 협력해야 하는 서울시의 요구를 모두 외면할 순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
서울시는 21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관련한 개선안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현행 기준이 주거환경, 설비 노후도 등 주민 실생활에 관련된 부분보다 구조 안전성에 중점을 둬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워진 점이 있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는 선제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카드도 꺼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밀집한 압구정아파트지구와 여의도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을 향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둘 테니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해 민간사업이 진행되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를 상대로 한 재건축 규제 완화 압박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로서도 4·7 재보궐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만큼 과거처럼 민간 재건축 시장을 규제로만 묶어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오 시장의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공공 주도든 민간 건설이든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해 일부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주택 공급만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 내부에선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것이 2018년 2월이어서 불과 3년 만에 말을 뒤집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국토부가 역점 추진 중인 공공재개발·재건축,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오 시장의 건의에 대해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국토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서로 필요한 협조를 얻기 위해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토부는 앞서 오 시장의 요구한 부동산 실거래 조사권한 및 공시가격 결정권 이양에 대해선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국토부의 부동산 거래가격 검증 체계가 분기별로 조사·운영돼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재건축 단지에서 나타난 이상거래와 관련해 직접적인 조사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토부가 관리하는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에 접근할 수 없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도 내놨다. 현행법상 검증 권한은 국토부와 기초자치단체에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시의 주장과 달리 현재도 상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거래 신고는 계약 체결 후 30일 이내에 이뤄지지만, 조사는 잔금 지급이 마무리된 후 시작할 수 있어 시점상 괴리가 나타나는 건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더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도 기초지자체를 통해 언제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현 시스템상에서는 시가 조사를 벌여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신속한 조사와 권한 이양은 사실상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오 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5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올해 공시가격을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하고, 공동주택 공시가격 결정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원에 민감한 지자체에 공시가격 결정권을 주면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도 지역별로 공시가격이 다 다르게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적정한 가격을 매기겠다는 공시법 자체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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