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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택배는 화물용 타라”…송파 아파트 갑질 논란[촉!]
1500여 세대 아파트 화물용 엘리베이터 단 2대
엘리베이터 탑승 기다리는 시간만 10여분 ‘훌쩍’
아파트 측 “음식 냄새 등 주민 피해 줄 수 없어”
15일 송파구에 위치한 A 아파트에 배달·택배 종사자들이 화물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채상우 기자/ 123@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서울 송파구의 한 고급 아파트가 배달·택배 종사자들에게 화물엘리베이터만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송파구 A 아파트 갑질 제보를 받은 기자는 지난 15일 정오 무렵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점심 시간에 맞춰 아파트 후문 앞에는 약 10대의 배달 오토바이가 진을 치고 있었다. 1500여 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의 화물엘리베이터는 단 2대. 배달 종사자들은 5분이 넘게 기다린 후에야 엘리베이터를 탑승할 수 있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12대의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아파트 앞에서 만난 한 배달 종사자는 “점심 또는 저녁시간에는 10분 넘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일도 잦다”며 “이미 배달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아파트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달 종사자는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라며 “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짐짝으로 취급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아파트 관리 직원은 “아파트 자체 규정으로 주민 편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도 있고 음식 냄새도 나는 것을 주민들에게 피해 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15일 송파구에 위치한 A 아파트에 배달·택배를 온 오토바이들. 채상우 기자/ 123@heraldcorp.com

과거 이 아파트는 배달·택배 종사자들이 아파트에 들어올 때 헬멧을 벗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헬멧을 쓰면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종사자들에게 수치심을 준다는 민원을 받아들여 이를 철회했다.

배달·택배 종사자들에 대한 일부 아파트의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이하 배달노조)는 지난 2월 ‘배달원의 인권을 무시했다’며 갑질 아파트와 빌딩 83곳(아파트 76곳, 빌딩 7곳)을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배달노조에 따르면 피진정인으로 적시된 83곳의 아파트 및 빌딩은 배달원들에게 거주자의 안전과 음식 냄새 등을 이유로 헬멧과 패딩을 벗도록 강요하고, 계단이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강제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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