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후 플랫폼 통합은 난제
시장점유율 12%를 보유한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를 잡기 위한 원매자들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현재 8주간의 실사 이후 본입찰에 돌입하는 일정을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각 주체들의 인수 후 통합 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플랫폼 통합 난제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 인수전에서 최근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자)로 선정된 4개 기업들 모두가 진성 원매자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는 다수의 인수합병(M&A) 거래에 ‘허수’가 끼어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베이를 둘러싼 경쟁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특히 숏리스트에 오른 이마트, 롯데쇼핑, SK텔레콤 등 대기업군 외에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까지 전략적투자자(SI) 성격을 띄고 있는 원매자로 분석된다. 각 사가 보유한 사업 플랫폼과 이베이코리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점에서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마트 중심의 수익원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또 이마트몰, 신세계몰, 트레이더스 등 산재된 플랫폼을 하나로 통일하는 과제도 주어져 있다. 이마트는 이베이 인수를 통해 우선적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소비자에게 궁극적으로는 아마존과 같은 ‘원스톱 쇼핑 플랫폼’을 만들겠단 청사진으로 인수전에 임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자체 플랫폼인 롯데온이 부진하면서 이베이를 꼭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롯데쇼핑은 롯데온 새 대표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략사업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선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룹 총수 선에서 인수를 강력히 주문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MBK파트너스는 햇수로 7년째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 홈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SK텔레콤은 11번가에 이은 점유율 확장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계 등에서는 이베이를 ‘독이 든 성배’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이베이 측이 희망하는 5조원 가량의 인수금액을 지불하고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 이후 대기업과의 순차적인 통합 과정이 핵심 선결 과제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가 옥션과 지마켓을 인수하고도 아직까지 통합을 하지 못했다는 전례를 봤을 때, 현재 숏리스트들이 기대하는 플랫폼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장애물이 있을 것”이라며 “유통 대기업들의 오프라인 중심 사업을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작업에는 무엇을 더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전략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