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투표의지 약화 우려도
1년2개월 시장 버거운 일인데
정책대결 아닌 선심공약 남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의 네거티브 공세과 막말 공방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오세훈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문재인 대통령은 중증 치매” 등 원색적인 인신공격성 발언 등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서울의 미래 대안이 포함된 정책 대결 대신 선심성 공약이 난발하면서 선거판이 더욱 혼탁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관련기사 5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은 29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거짓말도 거짓말이지만 비겁하다”고 맹비난했다. 오 후보의 서울 내곡동 땅 ‘셀프 보상’ 공세를 이어 간 것이다. 김 대표대행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오 후보를 ‘극우본색’이라고 성토하면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이 돼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친 MB의 사례를 반복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지난 27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 오 후보를 “쓰레기”라고 지칭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에 맞선 오 후보의 입도 거칠어졌다. 오 후보는 지난 주말(26일) 유세에서 ‘문 대통령은 중증 치매’라고 한 과거 자신의 발언을 두고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하냐”고 말해 논란이 됐다. 특히 그는 27일에는 문 대통령을 향해 ‘실패한 대통령’이라며 “주택가격 오른 건 천추에 남을 대역죄”라고 주장했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만큼 이번 선거가 여야간 네거티브 공방이 유례없이 과열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다만 선거를 앞둔 네거티브 전략은 승부를 좌우할 만큼 유권자의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과도한 막말은 막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지도부가 ‘입단속’을 위한 내부 경계령을 내린 이유이기도 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문 대통령 중증 치매환자’발언을 한 오 후보를 향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말 한마디 잘못으로 얼마나 많은 표를 상실하는지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총유권자 수 842만명에 달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진보 대 범보수 진영 간의 살벌한 막말 경쟁이 유권자들의 피로감만 높인다는 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감정을 건드리는 막말이 지나치게 나오고 있다. 막말이라는 게 중도층에 대한 정치실망,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중도층의 투표의지를 약화시키기도 한다”며 “막말이 막말을 부르는 네거티브 선거의 악순환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대로 된 정책 대결 대신 선심성 공약이 난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 폭등으로 관심이 큰 두 후보의 재개발·재건축 허용 등 주택공급 공약 일부는 1년 2개월 임기의 시장이 할 일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버겁다는 인식이다. 아울러 박 후보는 시장이 되면 가장 먼저 결재할 ‘1호 정책’으로 ‘1인당 디지털화폐 재난위로금 10만원’을 꼽았지만 야권에서는 “매표행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오 후보는 청년들의 취업·창업, 주거안정공약 등을 내놓았지만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평가다. 강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