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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때려야 훈련? 그럼 엘리트 스포츠 접어야지" 이수정 교수 소신발언 [대화한잔]
'스포츠 학폭' 관련 이수정 경기대 교수 인터뷰
"폭행을 폭행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게 문제"
"당장 처벌 힘들어도, 앞으로는 이런일 없어야"
피해자들엔 "너무 힘들면 전문가를 찾아라" 조언
[사진=신보경 PD]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가해자의 역공, 세상의 낙인찍기를 견뎌야만 한다. 그래서일까? 이수정(57)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헛되게 끝나선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스포츠 학교폭력'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 중에 나온 발언이었다.

그는 최근 화두가 된 스포츠 학폭 이슈가 좀 더 '문제의 본질'을 겨냥하길 바랐다. 사회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서,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이슈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슬픔·동정에 치중하는 '감성적인 접근' 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신 자신도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나를 놀리고 괴롭혔던 친구들 열굴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잊히지 않아요. 이게 트라우마라는 거거든. 마음속으로 걔를 혼내주는 상상을 꿈에서도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런 부분이 그 아이를 미워하는 에너지로만 사용이 됐다면 나의 삶은 파탄이 났을 거예요."

이 교수와의 인터뷰는 의견이 분분한 스포츠 학폭 개별 사안들을 짚어보는 방식보단, 이슈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교수와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 수원의 경기대 교정을 찾은 날, 이 교수는 회의를 2개 마치고 온 바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질문 하나하나를 허투루 넘기려 하지 않았다. 대학교수이자 범죄심리학자, 그리고 프로파일러란 직함을 동시에 가진 그는 이번 스포츠 학폭 이슈에도 촉을 세우고 있었다.

■ 스포츠폭력의 문제점 ... 가해자·피해자 모두 '폭력'인지 몰라

- 연예계와 스포츠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학교폭력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어떻게 보시는지?

= 현재 터져 나오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학생들이 학교 폭력에 대한 법리적인 기준을 잘 알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는 게 지금 학교폭력 발고와 연관된 문제인 것 같다. 신체적인 폭행이 있다면 틀림없이 폭행, 상해 등으로폭행이나 학교 폭력 처벌법에 의해 처벌이 가능한 부분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스포츠계에서 불거진 학교폭력은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어떤 점에서 그런가?

=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폭력을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훈련이라고 인식하는 문제가 스포츠 교육 현장에서는 아주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 같다. 코치가 선수를 폭행하고 선배 선수가 자신이 당한 방식대로 후배 선수를 폭행하고 그러면서 전부 다같이 훈련을 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폭력을 정당화한다.

처음 폭행을 할 때는 "이래선 안 된다"는 경계심을 가진다. 근데 두 번 하고, 세 번 하고 폭행이 수차례 이어지게 되면 경계심이 사라지게 된다. 결국 자신이 하는 행위에 대해서 '자기 방어적인 변명'이 늘어나게 된다. 학대를 심하게 해놓고 훈육을 했다고 주장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 뒤늦게서야 스포츠 피해 발고가 이뤄지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까?

= 음... 지금 피해 발고가 된 스포츠계의 폭력 피해의 사건들이 사실 굉장히 오랫동안 누적된 상습 피해들이다. 코치, 교사가 훈육이나 훈련이 실제론 악성 폭행에 불과한지 자문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피해가 누적되다보니까 가해자들도 자기들이 가해자라고 인식을 못 하고, 피해자들도 자신이 당한 것을 피해라고 여기지 못하고 오랜시간이 지나기도 한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피해를 본 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정신과적인 문제로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못 하게 되고 십수년 전에 당했던 폭행을 이제 와서 발고하는 경우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

-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은 합숙 형태로 훈련을 한다. 학교 수업도 잘 안 가고.

= 그렇다. 지금 우리나라의 엘리트 스포츠의 제일 큰 문제 중 하나가 학교를 학과 교육을 참여를 안 하고 따로 아이들만 분리해서 배타적인 집단생활을 시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 사회에서 통용되던 친사회적인 규범이 뒷전으로 밀리고, 그 집단에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기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낸다는 명분으로 좋지 않은 행위들이 정당화될 수 있다. 이런 집단에선 폭행과 가혹행위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일종의 '규율'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스포츠계 학교폭력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 다수 사건이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을 하기가 어렵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가해자들의 책임 소재가 드러나더라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

단,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 누적된 문제에 대해서 "대안이 없다"고 끝내선 안 된다. 앞으로 우리의 후배들, 우리의 자녀들이 부당한 교육현장에서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고발을 한 이들은 적당한 의료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본다. 스포츠계 폭력은 없어져야 한다. 사람을 때려야만 훈련이 된다면, 엘리트 스포츠를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진=우원희 PD]

■ 이수정 교수가 피해자들에게 ... "너무 힘들면 전문가를 찾아도 돼요"

- 상담이나 연구 과정에서 만난 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어떤 모습인가?

= 일반적으로 폭력적인 성인과 폭력적인 청소년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대부분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같은 특이점을 보인다. 학교 생활기록부나 친구 진술 등에서 폭력적인 성향이 일부 드러나기도 한다. 부모로서도 아이가 거칠고 폭력적이어서 양육하기가 힘들 수 있다. 근데 이런 아이들이 스포츠는 잘할 수 있다. 활발하고 운동기능이 뛰어나더라도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등이 드러날 수 있다.

- 그럼 이런 학생들은 어떻게 다뤄야 하나?

= 이런 아이들이 가진 나쁜경향성은 교육이나 상담, 또는 단기간 약물치료를 통해서 개선해줘야 한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이 좀 더 잘 자기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그렇다면 피해자들은 어떻게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불안관련 장애다. 때에 따라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현저히 완화시킬 수 있다.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서 정신과를 내원을 하실 수도 있겠고,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주위에서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 이미 피해발고에 나선 분들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주위보다는 국가가 좀 나서서 이분들을 위한 예산이나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그럼 피해자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얘기...

= 그런 이야기는 하나마나한 것 같다.

- 교수님께서도 어린시절 (스포츠 폭력은 아니지만) 학교폭력 피해를 받으셨다고 들었다.

= 그렇다. 나도 왕따 피해자기도 하고 따돌림 받아본 적이 있다. 지방에서 처음 상경했을 때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크게 놀림을 받고 따돌림 당했다.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괴롭힘을 줬던 어떤 아이의 얼굴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게 트라우마다. 내게는 다행히 주의를 기울일 다른 기회들이 있었다. 다른 생산적인 에너지를 딴 데다가 쓸 수 있게 부모님께서 예능이나 어떤 활동을 할 수 있게 학원도 보내 주고 하셨다. 이를 통해 극복을 할 수 있었다.

- 교수님께서 피해자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없는지?

= 피해를 당할 때는 삶이 이대로 끝나버리는 거 같은 그런 극단적인 생각들이 든다. 나도 피해를 봐봤으니 안다. 하지만 하룻밤을 자고 견디고 이틀 밤을 자고 그러다 보면 나의 일상은 객관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도 있다. 나는 점점 성숙해지고 내 상처는 아물 것이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잊힐 일이라는 확신을 가져도 된다. 너무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 있다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하루종일 일어날 수 없고 밤과 낮이 바뀌어서 생활하고, 그렇다면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길 조언한다.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분들을 찾아서 아픔을 털어놓으시면 마음정리가 될 것이다.

zzz@heraldcorp.com

기자·진행 김성우 / PD 신보경, 우원희, 이채연, 정아휘 / 디자인·CG 허연주, 변정하 / 제작책임 이정아 / 운영책임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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