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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행 이민자 급증, 국경 등 단속 강화…시험대 오른 바이든 이민정책 [인더머니]
과테말라와의 남부 국경 봉쇄…북상 이민자들 잇단 적발
트럼프 반이민정책 줄줄이 철회…이민행렬로 시설난, 미성년자 특히 골치
공화 “준비부족이 위기 초래” 비판…정부 “트럼프의 시스템 약화 여파” 반박
[로이터]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미국행 관문에 있는 멕시코도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가족을 동반한 1만9945명, 가족 없는 미성년자 9297명이 국경지대에서 불법 이민을 시도했다. 1월에 비해 각각 168%, 63% 증가한 수치다.

이는 밀입국자 문제가 심각했던 2019년 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3월 들어서도 이민자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며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일시 구금 상태에 있는 이들만 해도 1만4000명에 달한다.

지난 20일 멕시코 이민청(INM)은 북부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서 항공편으로 불법 입국한 중미 국적자 95명을 적발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출신으로,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도 8명 있었다.

앞서 18일 멕시코 남부 과테말라와의 국경 지역에선 화물 트럭 3대에 빼곡히 타고 있던 329명의 과테말라, 온두라스 이민자들이 적발돼 이민당국에 넘겨졌다.

최근 들어 이처럼 멕시코 남북부 국경에서, 또는 화물열차나 트럭에서 이민자들이 당국에 적발됐다는 소식이 부쩍 자주 전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16일 사이 멕시코 중부와 남부 6개 주에서의 열차 단속을 통해 1200명의 중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붙잡혔다. 이 기간 버스나 트럭을 타고 북상하던 이민자들도 800명 이상 적발됐다.

예년과의 정확한 비교 수치는 없지만, 이민청 전 관리는 최근의 이민자 단속 빈도와 규모가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18일 남부 과테말라, 벨리스와의 육로 국경에 비필수적 통행을 제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행 중미 이민자들을 일찌감치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멕시코는 아울러 범죄조직들로부터 미성년자 이민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부 국경에 군경과 이민당국 요원들을 대규모로 배치하기도 했다.

멕시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시절 국경에 군경을 대거 배치해 중미 이민자들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이민자 단속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더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웃 멕시코와도 보다 대등한 관계를 약속했지만, 멕시코 정부는 미국행 이민자들의 북상을 더 엄격히 막고 있는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멕시코 당국은 트럼프 전 정권 시절 그랬던 것 처럼 미국 이민당국의 한 부문 같이 활동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것이 바이든 정부의 직접적인 요청에 따른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남부 국경을 봉쇄하기로 한 멕시코의 결정이 미국의 백신 지원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경 봉쇄를 발표한 날 미국은 멕시코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0만회분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백신이 국경 봉쇄의 대가냐는 질문에 양국 정부 관계자 모두 즉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이민 문제에 강경한 입장인 공화당은 당장 바이든 대통령의 준비 부족이 위기를 초래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금은 국경에 올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백악관의 담당 보좌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국경이 닫히지 않았다”고 발언하는 등 엇갈린 메시지를 냈다는 지적 역시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가족은 물론 미성년자 나홀로 입국의 급증을 예상했는지를 묻는 말에 다음 달까지 아이들을 돌볼 충분한 시설이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도 국경을 넘는 이들의 대다수는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남미를 향해 그동안 “오지 마라. 당신의 고향과 공동체를 떠나지 말라”고 분명히 얘기했다면서 최근 이민 급증이 자신의 정책 결과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남부 국경 위기는 모든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취약하게 만드는 정치적 비상사태가 되고 있다며 워싱턴의 정치를 대혼란 속으로 마구 휘젓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초 60일 간 전염병 대유행 등 국가적 어젠다를 통제했지만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예상 못 한 일에 직면했다며 이는 민주당에 오랫동안 취약했던 문제인 불법 이민 급증이라고 말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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