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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금융권 고위 임원 A씨는 지난달부터 주말에 2~3시간가량 배달족으로 활약하고 있다. 바쁜 영업 일정과 잦은 술자리로 하지 못했던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데, 헬스장 러닝머신만 뛰기엔 다소 따분한 것이 사실. 호기심에 배민커넥트에 가입했더니, 예상치 못한 게임 미션을 마주하듯 흥미진진하고 운동량도 상당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업이 아닌 부업으로 배달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에는 A씨처럼 고수익자도 있다.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돈도 벌면서 운동도 해보자는 생각에서다.
20일 데이터 솔루션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44만8985명에 달한다. 지난달 말 31만7829명에서 40% 넘게 급증한 수치다. 데이터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12배로 늘었다. 이용시간은 지난 2월 154만시간에 달한다. 단순 산술 계산하면 1만명이 한달간 매일 5.1시간씩 일한 양이다.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앱 월간 사용시간 [모바일인덱스] |
또 다른 일반인 배달 플랫폼 배민커넥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약 5만명이 배민커넥트에 등록했는데, 2019년 말 1만1000명에서 4배 이상 급증했다. 이중 매일 고정적으로 업무를 보는 커넥터들만 1만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앱은 일반인들이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시간만 배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기회를 제공한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일감을 배정받으면 이를 전달하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오토바이가 없어도 도보나 자전거, 킥보드, 자동차 등을 이용해 배달할 수 있다.
상당수가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직장인 및 자영업자다.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단축되거나 아예 중단됐던 식당, 헬스장 등 관계자들이 물밀 듯이 플랫폼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입과 무관하게 배달을 시작한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주요 상권에 건물 수 채를 갖고 있는 자산가가 배달라이더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네이버카페 '배달세상' 갈무리 |
다만, 취미 삼아 하는 배달일지라도 서비스업자로서 최소한의 투자는 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통상 전업 배달업자들은 보온, 보냉을 위한 배달통을 구비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로 배달에 나선 이들 중에는 간단한 보온 가방조차 준비하지 않은 이들이 적지 않다.
음식이 식거나 훼손되면 고객은 리뷰 별점 등을 통해 불만을 드러내는데, 이로 인한 매출 타격은 고스란히 자영업자가 짊어져야 한다. 이에 배달앱은 일반인 배달업자들에게 꾸준히 보온 가방을 구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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