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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지만 들고 달랑달랑~” 대충 대충 배달 ‘요지경’
배달업자로 추정되는 한 시민이 커피를 별도의 보온가방 없이 오토바이 손잡이에 걸어놓은 채 배달에 나서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가방도 없이 봉지만 들고 달랑달랑 가네요..우리집 아이스 아메리카노, 무사할까요?”

최근 기온이 크게 올라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무겁고 불편한 배달가방을 벗어 던지는 배달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보온, 보냉 가방은 음식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 사항으로, 배달 플랫폼 측도 강력히 권고하는 사안이다. 일반인 아르바이트 배달업자가 늘어나면서 서비스 소양을 갖추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에게 음식을 맡기는 자영업자들의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18일 배달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달 가방 쓰는 제가 한심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다. 글쓴이는 “겨울에는 추우니까 쓰는 게 당연한데, 이제 날이 풀리니까 여기저기서 ‘봉다리’ 배달러들이 많이 보인다”며 “무식하게 큰 쿠팡이츠 배달가방을 아직도 등에 짊어지고 배달하고 있는데, 봉지채로 배달하는 사람들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할까’ 고민이 든다”고 적었다.

실제 식당에서 건네준 음식을 별도의 보온, 보냉 장치 없이 그대로 배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토바이 발판에 음식을 올려놓았다면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손잡이에 음식 봉지를 걸어놓고 음식이 흔들리도록 방치하는 이들도 있다. 롱패딩을 입어야 할 만큼 추웠던 한 겨울날, 치킨 상자를 비닐 포장도 없이 손위에 바로 얹어 도보 배달에 나선 이의 사진도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한 시민이 영수증이 붙어있는 음식 봉지를 별도의 배달가방 없이 자전거 손잡이에 걸어놓은 채 배달에 나서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장비를 갖추지 않은 배달업자에게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자영업자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배달업자가 배정되도록 요구할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다. 직접 비용을 치르고 배달업자를 돌려보낼 수는 있겠지만, 배달 시간이 지연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음식을 건넨다. 최근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아이스크림 등 차가운 디저트까지 배달시켜 먹는 경우가 많은데, 녹지 않고 배달이 무사히 이뤄질 수 있을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배달 플랫폼들도 음식의 질과 별개로 배달 서비스 자체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쿠팡이츠의 경우 배달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았을 때 ▷늦게 도착 ▷흘림·훼손 ▷음식 온도 ▷요청 사항 ▷불친절 등 8가지 항목으로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배달의민족 리뷰쓰기란에 생성된 배달 평가(왼쪽)과 쿠팡이츠의 배달평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하지만, 문제는 고객 평가가 라이더들에게 책임을 묻고 불이익을 주는 데에는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달 서비스 평가는 고객 항의에 따른 불이익이 식당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배달 플랫폼들은 설명한다. 결국 배달업자로 하여금 서비스 질을 개선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는 없는 셈이다. 배달 서비스의 질을 가장 민감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자영업자들에게도 배달업자 평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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