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이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 후보 간 갈등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16일 안 후보가 김 위원장을 재차 맹공하며 양측간 파열음도 더 커지고 있다. 가장 큰 고비로 꼽히는 여론조사 문항을 사이에 둔 양측 실무협상단의 ‘담판’도 난항이다.

표면상으론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기싸움이지만, 기저에는 내년 대선까지의 향후 정계 개편을 염두에 둔 주도권 다툼이 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중 누가 야권 재편의 중심이자 주인이 되느냐의 여부다. 김종인 위원장과 안 후보도 결국은 4·7 재보선 이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한 야권 세력 재편과 이를 통한 내년 대선 국면에서 정권교체를 주도하기 위해 단일화 협상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바탕에는 윤 전 총장 여론 지지율이 수직상승이라는 상황이 깔려 있다.

만약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 윤 전 총장까지 영입한다면 내년 대선정국의 무게추는 ‘제3지대’ 쪽으로 쏠릴 수 있다. 반대로 오 후보가 당선된다면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가져가게 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선대위 출범식에서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못 내세우고 집권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한 것도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전날 비전발표회에서 야권통합을 놓고 두 후보가 신경전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후보는 “윤 총장을 포함해 ‘더 큰 야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오 후보는 “국회의원 100명 이상 있는 제1야당이 그 당(제3지대)과 완전히 합쳐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내년 대선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연일 안 후보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안 후보를 향해 “토론도 못하는 사람”, “그렇게 자신없는 사람이 왜 출마하려고 하나”고 압박했고, 안 후보는 “대단히 모욕적”이라고 맞받았다. 안 후보는 이날 김 위원장을 향해 “상왕”이라고 표현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 안 후보 사이의 갈등이 단일화 이후 양당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단일화는 ‘결과’만이 아닌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면 단일화 된다고 해도 시너지 효과가 반감된다”며 “반면, 단일화 과정이 아름다우면 설령 선거에서 지더라도 대선때 여러 가지 동정표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