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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평등 사회’…여성 4명 중 3명 “여성에게 불평등”, 남성 절반 “남성에 차별”
청년 남녀 절반 이상 “결혼 유보적”
남녀 절반 이상 “코로나19로 직장 구하기 어려워져”
여성 45.7%가 우울감 호소…남성도 각각 31.4%
지난해 11월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면접을 마친 취업준비생이 구두를 벗어 손에 들고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에게만 “여자는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한 동아제약의 채용 성차별 논란이 뜨겁다.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질 만큼 많은 2030 여성들은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성차별에 분노했지만 몇몇 남성들은 “의무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며 엇갈린 인식 차를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설문에서도 나타났다.

여가부는 지난해 만15세∼18세 청소년 1184명과 19~39세 청년 8917명 등 총 1만 101명을 상대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를 조사해 11일 발표했다. 조사 내용으로는 이들의 성차별 관행 경험, 성희롱 피해 경험, 성평등 및 결혼·출산 등에 대한 인식,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변화 등이 포함됐다.

▶청년 여성 74.6% 우리 사회 “여성에게 불평등”, 남성 51.7% “남성에게 불평등”

조사에 따르면, 청년 여성의 74.6%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청년 남성의 51.7%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등 성평등에 대해 성별 인식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여성과 남성 할 것 없이 청년층은 가족, 학교, 직장에서 보이지 않는 성차별 관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딸이 아들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을 당연시 했는지, 제사나 명절 때 딸이 음식준비나 상차림 돕는 것을 당연시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여성은 각각 55.4%, 55.3%가 그렇다고 응답했지만 남성은 각각 29.9%, 35.2% 그렇다고 응답했다.

학교에서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을 할 때 여학생보다 남학생에게 더 많이 시켰다는 응답은 남녀 모두 80% 이상을 기록했다.

청년 여성의 17.8%는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 경험하고 남성도 5.7%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상 여성을 비난하거나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게시글 등을 접한 경험은 여성이75.6%, 남성이 55.6%로 여성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여성들에게 불평등하지만 과거 아버지 세대에 비해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비교적 높아짐에 따라 여성이 학교와 노동 시장에서의 경쟁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버지 세대에서 남성들이 누렸던 ‘혜택’과 ‘부양 의무’ 중 혜택이 줄어드니 “청년 남성들이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낀다는 설명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유리천장 지수가 OECD 국가 중 꼴찌인 것처럼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경제적, 정치적 활동에서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며 “그러면서도 2030대 남성들은 본인들도 차별 받는다고 느끼는 현상은 아버지 세대에서 누렸던 ‘혜택’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난 2~3년 동안 20대 여성들은 페미니즘, 여성학을 배우고 주체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지만 남성들은 어떤 지표를 가지고 살아갈지 방향을 제시해주는 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청년 남녀 절반 이상 “결혼 유보적”

이같은 현상은 청년층 결혼을 바라보는 인식차에서도 드러났다.

남녀 각각“결혼을 하지 않거나 망설이고 있다”는 질문에 각각 51.9%, 57.4%로 응답했으며 특히 여성 중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의 비율이 23.9%로, 남성(11.0%)에 비해 높았다.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남성은 ‘가족에 대한 생계 부담’이 큰 비중을 차지했고 여성은 ‘전통적 가족 문화나 가족관계 부담’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23.0%, 여성의 6.8%가 ‘가족에 대한 생계 부담’을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로 꼽았으며 ‘결혼비용 부담’은 남녀 각각 20.5%, 8.5%로 조사됐다.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어서’라는 응답에는 여성 26.3%, 남성 21.2%, ‘전통적 가족 문화나 가족 관계의 부담’을 이유로 결혼을 망설인다는 응답에는 여성 24.6%, 남성 9.0%로 나타났다.

▶남녀 절반 이상 “직장 구하기 어려워져”…여성 우울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남녀 모두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으로 매우 높았으나, 남성에 비해 여성의 어려움이 다소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응답자의 52.0%, 여성 56.6%가 코로나19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이어 심리 정서적으로는 여성의 45.7%가 우울감, 무력감, 절망감을 자주 느낀다고 응답했고, 12.7%는 극단적 선택 충동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남성도 각각 31.4%, 8.7%로 적지 않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지난 1년간 19~34세 청년 중 지난 1년간 ‘극단적 선택에 대한 충동을 느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는’ 응답은 여성 32.8%, 남성 19.4%로 남녀 모두 높지만 여성이 크게 높았다.

이와 관련,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감소 타격이 청년층 우울감 원인에 큰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중에서도 여성의 우울감이 높은 이유는 여성들이 비정규직, 계약직 등 직업 안정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 해고나 실직을 당할 위험이 크고, 재택근무 시간이 늘면서 가정 내 돌봄 및 가사노동 부담도 덩달아 증가했는데 여성들이 이를 부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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