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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시지탄…故최숙현 사망 9개월만에 나온 인권위 진단
인권위, 2019년 특조단 출범 후
2년간 실태조사·현장조사했지만
구조적 문제 해결 안됐다는 지적
체육계 “실효성 있는 대안 필요…2차피해 재발대책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역자치단체의 성적 만능주의가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를 3일 내놓았다. 최 선수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9개월 만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역자치단체의 성적 만능 주의가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체육계에서는 원인 진단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만 비극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권위는 최 선수 진정 사건 조사 결과 그의 소속팀이었던 경북 경주시청과 경주시체육회가 선수보호 제도·절차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팀 운영을 감독에게만 맡겨 둔 채 방치하고, 문화체육관광부마저도 지자체의 성적 만능 주의를 조장, 유지한 관행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인권위는 경주시가 실업팀을 체육 활성화보다는 전국체육대회, 경부도민체육대회 등에서 다른 지자체와 경쟁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했다고 봤다. 또 실업팀을 관리할 전담 인력을 갖추지 않아 팀 내 훈련, 선수 처우 실태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재계약, 연봉 등급 평가의 대부분을 팀 감독에게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주시 측에 실업팀 운영 점검을 위한 전담 인력 확보와 선수 처우 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문체부에는 지자체 실업팀이 성과, 경쟁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최 선수의 동료 선수들이 문제 제기에 나섰다가 재계약에 실패한 데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추가 피해가 없도록 모니터링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최 선수 측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인 지난해 6월 25일 인권위에 팀내 상습 폭행·폭언 피해를 구제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진정서가 접수된 지 9개월 만에 나온 것으로, 인권위는 체육계 관행에 초점을 맞춰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의 체육계 문제 진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성폭력 폭로를 계기로 2019년 2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출범시켰고, 그해 실태조사를 통해 성인 실업선수의 26.1%가 신체폭력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심층 면담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인권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체육계 현장에서는 인권위나 정부 기관의 비슷한 조사 결과가 계속해서 나올 뿐,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바뀐 게 없다’, ‘조사에 참여하면 뭐하나’ 등의 비관적 반응까지 나온다고 한다. 한 실업 체육팀 소속 선수 가족은 “인권위 조사를 진행했는데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자체 실업팀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탓에 감독의 팀 운영에 개입할 수도, 성적 위주의 평가 기준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제2의 심석희·최숙현 사태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감독-체육회-지자체의 공고한 ‘카르텔’을 깨뜨리는 것도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과제다.

문제 제기 후 발생하는 2차 피해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선수가 용기를 내서 문제를 고발해도 재계약을 못하거나 다른 팀에 가게 되는 등 피해만 돌아온다. 이를 본 다른 선수들은 불이익 우려 때문에 더 말을 못 하게 된다”며 “이들 선수를 보호할 장치와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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