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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 안해? 배신자!” 쿠팡이츠 라이더들, 불참자 ‘역따봉’ 눈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열심히들 하세요, 주문받으면 안 좋은 피드백은 다 줄 겁니다.”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가 배달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기본 수수료를 대폭 삭감하면서 라이더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단체로 휴무에 돌입하자는 일종의 파업 제안이 큰 호응을 받을 정도다. 하지만, 휴무에 동참하지 않은 라이더들을 비난하기 위해 일부러 음식 주문 후 부정적 평가를 남기는 등 그 정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는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단체 휴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1월 쿠팡이츠는 기존에 3100원부터 시작하던 기본 배달 수수료를 최저 2500원까지 낮추겠다고 고지했다. 약 20%에 달하는 큰 폭의 삭감이 이뤄진 것이다. 쿠팡 측은 동시에 수수료 상한선을 높이고 추가 할증 범위도 확대하며 이번 정책 개편이 ‘공정한 보상체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라이더들은 최저시급도 받기 힘들어진 점을 설명하며 개편된 정책이 적용되는 이날부터 단체 휴무로 대응하자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배달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월 2일 단체 휴무를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네이버 카페 배달세상]

문제는 단체 휴무에 임하는 방식을 두고 벌써부터 라이더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는 점이다. 휴무에 동참하지 않은 이들을 비난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이른바 ‘역따 인증 운동’이다. 역따는 ‘따봉(좋아요)의 반대말로, 배달을 끝낸 라이더에게 부정적 평가를 남기는 것을 말한다. 쿠팡이츠의 부정적 평가는 ▷늦게 도착 ▷흘림·훼손 ▷음식 온도 ▷요청 사항 ▷불친절 등 8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이 평점이 당장 수수료 삭감 등 불이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근무 의욕을 떨어트린다거나 추후 콜 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라이더들은 부정적 평가를 경계한다.

[쿠팡이츠 배달평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달 한 커뮤니티 회원은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 쿠팡이츠로 음식을 시켜먹으면서, 이때 배달을 소화한 라이더에게는 역따를 남기자”며 “나도 같은 배달파트너이지만, 쿠팡의 기본단가 2500원 정책은 배달 시장의 붕괴를 자초하는 일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후로 이날까지 “쿠팡이츠 시켜서 역따 날리겠다, 열심히들 하시라”, “(메뉴) 하나씩 세 번 주문해, 역따 세 번을 남기겠다”,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도 무조건 8역따(8개 항목 모두 부정적 평가) 주겠다”는 등 거친 반응이 이어지고 공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라이더들끼리 편을 나누는 것이 수수료를 다시 높이기 위한 협상력을 확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휴무 불참자를 비난하려는 의도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결국은 앱을 이용함으로써 휴무의 파급력을 떨어트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휴무 캠페인이 변질되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묻어난다.

한 배달라이더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휴무의 의미를 변질시키지 말아달라”며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고 생계 때문에 배달하는 분들은 무슨 죄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일부러 역따를 남기겠다는 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제시간에 친절하게 음식을 배달 받고도 역따를 주진 말자”고 했다.

쿠팡이츠의 배달 파트너들은 회사에 직고용되지 않았다. 플랫폼을 통해 본인이 원할 때 일감을 얻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번 쿠팡의 수수료 변경처럼 회사의 정책이 수입에 영향을 미칠 때 대응을 위한 구심점을 형성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해 10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현제들은 계열 배달대행사 ‘배민라이더스’ 직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처우개선을 위한 단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쿠팡은 1만5000명에 달하는 택배 인력을 이른바 ‘쿠팡친구’로 직고용하고 있지만, 배달 파트너들에 대해선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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