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늘자 일부 가격 하락하기도
강남 재건축 단지는 여전히 강세
시장 혼조세 보여 당분간 지켜봐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올해 들어 크게 줄면서 일각에서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 아파트 거래가 두 달째 크게 줄어들면서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신고가 행진이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거래량 감소에 매물까지 쌓이고 있어 일각에선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다만 신고가 거래가 끊긴 것은 아닌 데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는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어 당분간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1263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총 거래건수는 늘어나겠지만 3000건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8301건)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6월 1만5620건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6·17대책과 7·10대책 이후 크게 쪼그라들며 9월 3769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10월(4376건) 증가세로 돌아섰고 11월 6353건, 12월 7517건으로 다시 늘었다.
상황은 올해 들어 달라졌다. 지난 1월 거래량이 5639건으로 다시 줄었고 2월에는 감소폭이 더욱 확대됐다. 전통적인 거래 비수기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과 비교해도 절대적인 수치는 확연히 줄었다. 높아진 매도 호가에 대한 부담감과 대출 규제, 공급대책 발표 등의 영향으로 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점쳐진다.
매물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4만1102건으로 열흘 전(3만8860건)과 비교해 5.7% 증가했다.
거래가 줄자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관망세를 보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전고점 대비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 가격이 내린 거래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4㎡는 지난 1월 18일 31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으나 지난달 체결된 두 건의 거래는 각각 29억5000만원(3일), 28억원(6일)으로 1억5000만~3억원 내렸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68㎡는 지난달 6월 9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는데 이는 1월 최고 거래가(11억8000만원)보다 2억3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다만 거래가 됐다하면 신고가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을 뿐 신고가 거래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이들 단지를 중심으로는 가격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현대1차 전용 128.62㎡는 지난달 3일 27억원에 매매됐다. 이는 지난해 12월(25억7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오른 신고가다.
같은 구 압구정동 미성2차 전용 74.4㎡ 역시 지난달 1일 24억95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3억5000만원에서 올해 1월 24억원으로 5000만원 오른 데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에서도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며 거래가격이 강보합세를 보이는 추세라고 현지 공인중개업소는 입을 모았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집값 안정세로 이어질지 여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장 위축을 판단하긴 어렵다.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전셋값 상승이나 계절적 성수기 진입 등을 고려하면 지금의 가격 오름세가 꺾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