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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물 샌 떡볶이, 가방에 꾸깃꾸깃” 대충대충 배달 어떡하나 ㅠㅠ
네이버 카페 '배달세상'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아니 도대체 어떻게 배달해야 떡볶이가 이렇게 되죠?”

배달 시장의 급성장으로 배달족(族) 또한 늘어나면서, 서비스업으로서의 기본 소양도 갖추지 못해 고객은 물론 식당 점주에게까지 민폐를 끼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배달 음식을 개인 가방에 욱여넣으려다 국물을 흘린 사연부터, 치킨 상자를 비닐봉지조차 없이 손 위에 올려두고 배달하는 사례까지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배달 업계에 대한 인식을 안 좋게 한다는 점에서 동종 업자들 사이에서도 지탄을 받는 모습이다.

22일 배달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배달업자가 엉성하게 음식을 챙기려다 결국 훼손하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식당이 떡볶이로 보이는 음식을 요리해 뒀는데, 배달업자가 별도의 가방을 쓰지 않고 개인 가방에 넣으려다 바닥에 떨어트렸고, 결국 비닐봉지에는 국물이 다 샜다”며 “그런 뒤에도 다시 가방에 꾸역꾸역 넣더니 킥보드를 타고 그냥 가버렸다”고 적었다. 킥보드를 이용한 것으로 보아 전업 배달대행업자가 아닌 일반인 배달업자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주에는 떡볶이 국물이 다 새버린 비닐봉지의 사진과 함께 배달 실수를 지적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배달업자인 글쓴이는 “조금 전, P턴 해야 하는 로터리에서 좌회전 하신 분, 부정적 평가를 드릴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매장에서는 죄송하다며 음식을 새로 만들어서 보내줬다. OO라이더 잘못인데, 자꾸 죄송하다고 하니 내가 다 죄송하더라”라고 적었다.

네이버 카페 '배달세상' 갈무리

이처럼 서비스 소양을 갖추지 않은 채 배달에 나서는 이들은 동종 업계 내에서도 지탄의 대상이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도 “정도가 지나쳤다” “이런 사람들이 배달업계 욕을 먹인다”는 고발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추운 날씨에 대비해 롱패팅을 입고서 정작 음식은 오토바이 발판 위에 올려놓고 배달을 나서려는 배달 라이더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비닐봉지 하나 없이 치킨 박스를 손 위에 들고 가는 배달업자의 사진 또한 최근 공유되며 “진짜 이런 사람들이 퇴출돼야 한다”는 등 공감을 샀다.

최근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한겨울임에도 보온가방 없이 음식을 배달하는 ‘도보 배달족’을 목격했다며 손가락질하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갈무리]

이같은 ‘대충대충 배달’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불만이 배달 플랫폼 리뷰 시스템상 부정적 평가로 이어지고, 나아가 해당 식당의 매출까지 떨어트린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한 배달 앱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리뷰와 별점은 거의 절대적이다. 좋은 리뷰와 별점을 유지해야만 계속해서 새로운 고객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에 배달앱들도 음식이 아닌 ‘배달’ 서비스 자체에 대한 별도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주문자가 직접 배달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문 완료 후 작성할 수 있는 ‘리뷰 쓰기’에 기존의 메뉴 평가란 외에 ▷시간 내 도착 ▷친절 ▷요청사항 이행 등 항목에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배달 평가’란을 마련한 것이다. 쿠팡이츠 역시 음식과 배달을 각각 평가할 수 있도록 했는데,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에는 ▷늦게 도착 ▷흘림·훼손 ▷음식 온도 ▷요청 사항 ▷불친절 등 8가지 항목으로 세분화돼있다.

배달의민족 리뷰쓰기란에 생성된 배달 평가(왼쪽)과 쿠팡이츠의 배달평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하지만 배달이 완료되고 난 뒤의 사후 평가만으로는 음식 훼손이 누구 책임인지 가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 자영업자는 “음식이 훼손됐을 때, 배달기사나 매장 중 한 군데가 실수를 인정하면 그 쪽 책임으로 손실 처리하는데, 양쪽 모두 인정하지 않을 경우엔 귀책 없음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배달라이더가 본인 실수가 아니라고 설득하면 책임을 지우지 않는 구조인 셈인데, 이 경우 서비스에 불만족한 고객에게 합당한 설명을 내놓을 수 없게 된다.

아울러 배달 서비스를 평가하는 시스템은 애초에 라이더들에게 책임을 묻는 용도로는 활용되지 않는다. 배민의 경우 평가 기준에 대해 ‘좋아요’는 누를 수 있지만, ‘싫어요’나 서술형 평가란은 마련하지 않았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에 대해 “배달 기사 개인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도 배달 서비스 평가 시스템과 관련해 “주문자의 평가는 개개인 배달 기사에게 이익,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평점으로 인한 계약 해지 등은 없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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