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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등의결권에 쿠친에도 1000억원…김범석의 신의 한 수[언박싱]
‘29배’ 차등의결권으로 경영권 방어
쿠팡 식구도 챙기기…1000억원 쏜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김범석(43) 쿠팡 이사회 의장은 투자자 레터에서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쿠팡 인프라를 통해 제공하겠다”고 했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게될 때까지 혁신을 이루겠다는 김 의장의 꿈이 미국 증시 상장으로 한 층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상상할 수 없는 “쿠팡 없는 삶”을 위해 김 의장은 크게 세개의 신의 한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사업 측면에선 쿠팡 이용자를 묶어두는 록인효과와 계속되는 대규모 투자, 경영권 측면에선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경영권 방어 수단까지 마련했다. 여기에 ‘쿠팡의 근간’인 쿠친(배송 직원, 전 쿠팡맨) 등 일선 직원과 비관리직원에 대한 주식 제공 등이 꼽히고 있다.

[신의 한 수①]‘의결권 29배’ 슈퍼 주식으로 경영권 확보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 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차등의결권’이라는 카드를 통해 지분의 2%만 가지고도 효율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선보였다. 국내 시장에는 없는 차등의결권이 미국행의 주된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 등이 보유한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견제하고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이다. 구글이나 에어비앤비 등 주요 글로벌 테크기업 창업자들도 상장 당시 1주당 10~20배 차등의결권을 받은 바 있다.

쿠팡 주식의 경우,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B 보통주로 나뉜다. 클래스B는 클래스A보다 주당 29배의 의결권을 가진다. 지분 2%만 가져도 주주로서 58%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아직 지분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모두 김 의장이 보유하는 만큼, 실질적으로 김 의장이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셈이다. 상장 후 지분이 줄어 김 의장이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스마트하게 돌파한 것이다.

이 같은 김 의장의 신의 한수는 과거의 사업 경험이 누적된 결과다. 지난 1994년 중학생 무렵부터 미국에서 생활했던 김 의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 재학 시절 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뉴스위크에 매각했다. 이후 2004년 명문대 출신을 겨냥한 월간지 빈티지미디어 컴퍼니를 설립하면서 또다시 창업에 도전했으며 이후 이 회사도 매각했다. 사업을 통해 모은 자본금 30억원으로 지난 2010년 한국에서 쿠팡을 설립했다. 당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그루폰을 보고 한국에서도 소셜커머스가 통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신의 한 수②]로켓와우 회원으로 ‘록인 효과’

김 의장은 지난 2015년 기자간담회에서 “(로켓배송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서비스로 적자와 흑자를 떠나 쿠팡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장이 이끄는 쿠팡의 미션은 간단하다.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게 될 때까지 고객의 삶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물음은 쿠팡의 록인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번이라도 쿠팡에서 제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 활성 고객(active customer)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480만명으로 2019년 4분기 1180만명보다 25.9% 늘었다. 이는 한국 인터넷 쇼핑 인구를 4800만명으로 볼 때 30.8% 수준이다. 유료회원인 ‘로켓 와우’ 회원은 이중 32%나 된다. 로켓 와우 회원의 구매액은 일반 회원의 4배에 이른다.

특히 쿠팡 가입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매액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 첫 구매를 했던 고객의 경우 2017년에는 첫해 구매액의 1.37배를 썼다. 이후 2018년에는 1.8배, 2019년에는 2.7배, 가입 5년 차인 지난해에는 첫해 구매액의 3.5배를 썼다. 2017년 가입자는 지난해 가입 첫해보다 3.46배를 더 썼고 2018년 가입자는 지난해 3.6배를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2015년 쿠팡에 10억 달러 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은 이후 쿠팡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였음에도 2018년 또 한 번 2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쿠팡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소프트뱅크그룹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 중이다. 쿠팡이 차등의결권을 갖게 된 것은 투자자들이 미국 상장을 통해 수익 실현을 원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헤럴드DB]
[신의 한 수③]쿠친에 최대 1000억원 규모 주식 제공

김 의장은 지난해 급여로 88만6000여 달러(약 9억8000여만원)와 주식 형태 상여금(스톡 어워드·퇴직 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 정해진 계획에 따라 주식으로 받는 일종의 상여) 등 총 1434만1229억달러(약 158억원 상당)의 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장은 동시에 미국 증시 상장의 과실을 직원들에게까지 돌리는 등 쿠팡의 레벨업을 도모하고 있다.

쿠팡은 SEC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쿠친과 물류센터 직원들 등 쿠팡의 일선 직원들과 비관리직원(frontline workers and non-manager employees)을 대상으로 최대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쿠팡은 이와 관련 “이들 직원이 회사의 근간이자 성공 이유”라며 “작년 한 해만 2만5000명을 채용했으며 2025년까지 5만명을 신규 고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js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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