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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세 영업팀 김과장, 카톡서 ‘불타는 대퇴근’ 된 사연?[IT선빵!]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사진=독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김모(37)씨는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 명을 ‘불타는대퇴근’으로 바꿨다. 김씨의 취미는 마라톤과 등산. 허벅지 근육의 일부인 ‘대퇴근’이 불 탈 정도로 운동을 해보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취미를 공유하는 가까운 지인, SNS, 동호회 회원들만 볼 수 있다. 밤에 시간을 내 뛴 한강 러닝 코스는 물론 주말에 찾았던 불암산, 계양산의 겨울 경치를 프사(프로필 사진)으로 공유 중이다.

대화 상대에 따라 프로필을 선택할 수 있는 카카오톡의 ‘멀티 프로필’. 도입 2주 만에 ‘얼리어답터’들을 중심으로 사용이 꾸준히 늘고 있다. 김 씨는 “프로필 사진을 보며 사생활을 묻던 ‘부장님’한테서 벗어났다”며 “멀티 프로필로 원하는 사람에게만 제 일상을 공유하고, 저의 ‘재치’까지 뽐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멀티프로필은 단순히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개성 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가족, 친구, 동호회 등 관계와 취미를 기반으로 프로필을 구성해 ‘재미’를 찾는 사용자도 속속 나타나는 중이다.

카카오톡은 지난 달 28일 멀티 프로필을 도입했다. 카카오톡 지갑 서비스 사용자는 기본 프로필 외에 최대 3개까지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 카카오톡 친구탭→멀티 프로필 영역→ 추가 버튼을 누르면 생성된다. 각각의 프로필을 볼 수 있는 친구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한다. 예컨대, ‘셀카’를 가족과 친구에게만 보여주고 싶다면 멀티 프로필에 해당 사진을 올린 뒤 ‘친구 관리’ 탭에서 원하는 사람을 추가하면 된다. 친구 지정 해제 시 기본 프로필이 노출된다. 친구 추가가 되어있지 않은 사용자에게는 기본 프로필이 나타난다.

[카카오톡 제공]

멀티 프로필 사용자들은 가족, 친구, 업무 등 관계는 물론 취미와 관심사 등 다양한 기준을 두고 멀티 프로필을 운영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일과 사생활의 분리다. 이모(29씨)는 기본 프로필과 별개로 2개의 프로필을 만들었다. 멀티 프로필에 업무를 위해 연락을 하는 다른 회사 사람들이 본인을 찾기 쉽도록, 본명과 직장에서 사용 중인 영어 이름을 붙였다. 다른 1개의 프로필은 친분 관계가 비교적 먼 사람들을 위한 용도다. 기본 프로필과 달리 아무런 사진도 올려두지 않았다. 이씨는 “처음에는 굳이 이런게 필요한가 싶었다”면서도 “업무용으로 하나 만들고 나니 생각보다 편리해, 하나 더 추가해 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5)씨는 프로필 사진으로 ‘퇴사일’을 세는 중이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근황을 알리는 용도로 멀티 프로필을 추가했다. 2월 28일을 ‘디데이’로 설정, 하루가 지날 때마다 자동으로 남은 일수가 나타나는 기능을 프로필에 붙였다. 박씨는 “‘이런 걸 프로필로 해도 되냐’고 걱정하는 친구도 있었다”며 “일부만 볼 수 있는 기능이라고 알려주니 친구도 써야겠다고 말하더라”라며 웃었다.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사진=독자 제공]

김모(30)씨는 가족을 위해 프로필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찾아보기 힘든 부모님을 위해서다. 김씨는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데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메신저로 사진을 보내줘도 저장하지 못하신다”며 “언제 어디서나 저를 보는 ‘앨범’으로 쓸 수 있게 프로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설날 연휴 동안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대신 프로필 사진에 ‘세배’를 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중학교 교사인 정모(28)씨는 ‘덕질용’ 프로필을 만들었다. 최근 본 뮤지컬의 티켓 사진과 좋아하는 배우의 ‘굿즈’가 프로필 사진이다. 정씨의 프로필명은 ‘대학로지박령’. 뮤지컬과 연극의 성지 ‘대학로’를 수시로 드나들어 생긴 별명이다. 공연 현장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친해진 10여 명의 ‘팬’들만 볼 수 있다. 기본 프로필 사진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닮았다”며 보내준 만화 캐릭터. 정씨는 “무엇보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칠게 걱정돼 사진 하나, 문구 한 마디도 고민되는게 사실”이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운영할 수 있는 프로필이 생겨 편하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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