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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가 저를 무섭게 때려요”… 판박이 아동학대 해결책은?
“심리적 학대란 아이에게 행해지는 폭언과 무시 행위 외에도 아이가 보는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행해지는 폭력행위도 포함된다”(‘부모라는 이름’에서)

“아빠가 저를 무섭게 때려요. 한밤에 자고 있으면 일어나라고 때리고, 깨어 있으면 발로 걷어차고 마구마구 때려요.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2019년 1월 일본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쿠리하라 미아(10세)의 사망 전 학교 설문조사 때 쓴 내용이다.

미아는 자택 욕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는데 사인은 극도의 영양실조와 스트레스였다. 아이 몸에는 일상적으로 신체적 폭력을 당한 흔적이 발견됐고, 대부분 복부와 가슴 등 옷으로 가려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에 집중됐다. 미아의 아버지는 훈육을 위해 그랬다고 말했다.

미아 사건 1년 전, 2018년 3월 도쿄 메구로에서 후나토 유아(5세)가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헸다. 엄마의 재혼상대인 의붓아버지로부터 지속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사례지만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과 다르지 않다.

일본 소아정신과 의사인 도모다 아케미는 저서 ‘부모라는 이름’(마인더브)의 프롤로그에서 최근 벌어진 아동학대 사망사건들을 열거하며, 어동학대가 사회적 현상이 됐다고 한탄했다. 그는 후생노동성 통계를 인용, 2018년 아동학대 상담건수가 15만9850건에 달한다며, 30년동안 145배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서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치료와 지원을 위해 소아정신의학과 의사로 30년간 종사해온 아케미 씨는 “아동학대가 2000년대 들어 가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전국 어느 전문기관이든 몇 개월 치 예약이 꽉 차서 당장 진료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란 것. “이쯤 되면 아동학대는 이미 ‘사회현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동학대는 뇌를 변화시키며, 대물림이 된다고 말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과도한 체벌을 장기간 경험하면, 전두전야가 위축되는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나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를 컨트롤하지 못하게 된다.

성적 학대나 가정폭력을 목격하면 시각야의 용적이 감소한다. 시각적인 기억용량이 감소, 사물의 세부를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폭언에 노출되면 청각야의 용적이 증가, 타인과 대화할 때 뇌에 불필요한 부하가 걸려 심인성 난청이 와서 정서불안상태가 되기도 하고 사람과 관계를 갖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기도 한다.

저자는 부모 간의 가정 폭력을 목격하고 폭언을 경험하는 등 복합적인 학대가 일어날 때, 뇌에 미치는 손상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학대’라는 표현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길 수 있어, ‘멀트리트먼트(mal부적절한+ treatment양육)’라는 표현을 제안한다.

이런 심리적 트라우마는 방치할 경우, 시간이 지날 수록 심각해진다. 성인이 된 후, 기분장애, 불안증, 심적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해리성 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등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

영국 정신의학과 의사 잭 올리버의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에 학대 받은 사람이 부모가 됐을 때 대물림할 비율은 70%에 이른다. 즉 학대하는 부모에겐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아케미씨는 따라서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도 바뀐다며, 특히 폭력적 부모의 경우, 자기긍정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따라서 부모를 칭찬하면 작은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사건을 중립적,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아이가 물건을 어질러 놓거나 숙제를 안하거나 집중을 안하는 등 흔히 ‘문제행동’으로 여기는 일들을 “몇 번을 말해도 안듣는다”“나를 미치게 만든다”며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지금은 여기까지 할 수 있어”“이건 바람직한 행동이야”라고 아이를 차분하게 관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실험에 따르면, 이런 훈련을 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부모 그룹은 차분함, 지존감에서 차이가 났다. 또한, 아이의 주의기능이 향상되고,뇌기능 변화와 함께 문제행동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멀트리트먼트는 유전자도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저자는 옥시토신 투여를 통해 애착 장애를 줄인 연구사례, 트라우마를 줄이는 호흡법도 들려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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