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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진 원주이씨 병사공파 백운동종가, 203년간 다신계로 이은 ‘정약용-이시헌 사제 신의’ [남도종가의 재발견 - 한류콘텐츠 보물창고]
‘시 다산, 그림 초의’ 백운첩 탄생
선비들 이상세계 꿈꾸던 백운동 조성
별서정원

유배 12년차. 다산 정약용(1762~1836)은 1812년 9월, 천혜 절경에 원주이씨 병사공파 종가의 지혜가 어우러진 백운동 원림에 초의선사, 몇몇 제자와 첫 방문을 한다.

다산 일행은 옥판봉의 상쾌한 기운, 마당을 들어왔다 나가는 유상구곡 물굽이, 운당원 왕대숲, 옥판봉 조망이 아름다운 정선대 등 백운 12경에 취하게 되는데, 참을 수 없는 흥취는 ‘시 다산, 그림 초의’ 백운첩으로 거듭난다.

백운동 차기 동주 이시헌(1803~1860)은 그때 아홉살임에도 의관을 정제하고 말투를 고쳐가며 다산을 맞는다. 다산이야 풍경에 취했겠지만, 시헌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청정 생태, 맑은 정신을 가졌으니, 다산의 지혜까지 전수받아 선비의 3위일체를 이루겠다는 계획이었다. 풍경에 놀라고 꼬마선비의 의지에 놀란 다산과 시헌의 만남은 다산의 가장 어린, 가장 사랑하는, 가장 오랜 사제의 끈끈한 의리를 낳는다.

둘은 학문과 차(茶)를 매개로 사제지정을 나누다, 다산이 경기도 고향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매년 편지와 옥판차를 보내고, 학문적 충고와 안부, 근황을 염려하는 우정 어린 답장을 보내는, 의리로 이어진다.

이 교류는 다산의 후손, 이시헌의 후손들까지 지속됐다. 2021년, 사제가 ‘다신계(차를 통한 신의)’를 맺은 지 203년째를 맞았다. 두 가문은 올해 또, 방역수칙을 지키며 만날 것이다.

원주이씨는 박혁거세 신라왕 추대 귀족인 이알평(경주이씨)의 후손으로, 고려 병부상서 이신우가 원주에 터 잡으면서 형성됐다. 수양대군 쿠데타 성공에 분개한 15세손 이영화 강릉부사가 초야 은둔지로 해남을 택하면서 남도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강진 공식 입촌은 무장(고창)현감을 지낸 이남(1505~1555)이 했고, 병사공파는 충신 무관인 이억복(1537~?)이 개창했으며, 이억복의 아들 이해(1568~1611)는 백운동(백운사 있던 산촌 마을) 종가를 열었다. 이해의 손자 이담로(1627~?)가 백운동별서정원을 조성해 초대 동주가 된다.

이해의 9세손 이시헌은 다산과의 인연, 고문서의 편집과 정리, 선비들과의 활발한 교유로 종가를 중흥시켰다. 다산-시헌 사제가 연구개발한 백운옥판차는 일제때 이한영이 토종 상표로 반포한데 이어, 현재 이현정(49) 박사가 계승하고 있다.

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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