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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만원대 주택 vs 3만원대 김 세트…명절 선물에 드리운 코로나 그림자 [언박싱]
100만원대 한우·생필품 세트가 함께 인기
‘명절 인심’까지 바꾼 코로나19…극과 극 불러
CU 설 선물로 나온 이동주택 단층 일반형. [BGF리테일 제공]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 이번 설 선물 중 역대급 선물로 화제를 모은 건 ‘1000만원대 이동형 주택’이다. ‘누가 설 선물로 집을 사나’ 싶었지만 벌써 두 채가 팔렸다. 첫 구매자는 충남 보령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농작물을 키우는 아내를 위해 1595만원 복층 고급형 주택을 구매했다. 두 번째 구매자인 제주도에 사는 60대 농부는 자신이 소유한 밭에 놓으려 자신에게 집을 ‘셀프 선물’했다. 하루평균 구매 문의도 지난달 말부터 50~60건에 달한다.

# 판매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유혁준(34·가명) 씨에게 이번 설은 ‘선물세트 없는 명절’이다. 유씨는 “지난해 추석에도 거래처 사람들이 사정이 안 좋아서 어떤 곳은 선물 규모를 줄이고, 어떤 곳은 선물을 생략했다”며 “이번 설도 경기가 더 안 좋아서 그런지 아직 설 선물세트를 구경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 때마다 배우자에게 선물세트 가져다주는 재미가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분에 빈손으로 명절을 보내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한우 세트 중 최고가 제품인 170만원 엘넘버나인(L.NO9·왼쪽), 영광 법성포 굴비 200만원 황제세트(오른쪽). [롯데백화점 제공]

비대면 설을 맞아 설 선물세트 판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코로나19로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를 실감할 수 있다.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에 대한 보상심리가 설 명절을 맞아 폭발한 가운데, 설 선물세트도 ‘초초고가’와 ‘초초저가’ 등으로 극단화하고 있다.

100만원대 한정판 한우 완판…5만원 이하 김세트도 ‘승승장구’

이번 설 명절기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프리미엄 선물 수요가 늘면서 백화점의 설 선물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는 점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4일부터 지난 5일까지 세트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51.3% 신장했다. 특히 농수산물 선물 허용가액이 20만원으로 높아지면서 정육상품이 51.8%, 수산물이 45.4%, 농산물이 53.3%의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

롯데백화점도 설 선물 본 판매기간(1월 18일~2월 4일) 동안 고가 상품 판매 신장률이 다른 상품에 비해 컸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한우세트 중 최고가 제품인 170만원 엘넘버나인(L.NO9)은 준비한 물량을 소진했다. 초고가 와인세트인 ‘프리스티지 와인’은 준비물량의 60%를 판매했다.

초초고가 선물의 폭발적인 증가는 동네 편의점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편의점 CU에선 2000만원에 육박하는 이동형 주택이 두 채나 팔렸으며, GS25가 내놓은 금화도 두 차례에 걸쳐 총 6800돈을 완판했다. 출시 사흘 만에 조기 완판한 금화 3종 상품은 총 5000돈, 금액으로는 16억원 규모에 달한다.

초초고가 선물과 함께 단가를 확 낮춘 초초가성비 선물세트의 수요도 심심치 않다. 이 같은 설 명절 선물의 극단화 경향으로 10만~20만원대 선물의 매출 증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금액대별 설 선물세트 판매율을 분석한 결과, 초고가 상품과 초저가 상품 매출이 동시에 상승했다. 설 판매기간(지난해 12월 24일~지난 1월 31일)에 20만원 이상 상품 매출은 지난해 설 판매기간보다 89.8% 증가했다. 10만원 미만 상품 매출은 64.5% 늘었다. 반면 중간에 끼인(?) ‘10만~20만원대 선물’ 매출은 1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단가가 낮은 식품으로 구성된 ‘가성비’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경향의 연장선상이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을 보니 5만원 이하인 김 세트가 전년 대비 46.7%, 육포는 92.0%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이 판매하는 인스턴트식품 선물세트 매출도 지난해에 비해 13% 늘었다.

설 명절을 앞둔 전통시장. [연합]
소득양극화가 명절 선물 트렌드 바꿔…억눌린 소비심리 폭발도 한몫

이처럼 설 선물이 극단화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소득양극화 현상이 명절 선물 트렌드에 반영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소득 1분위) 계층은 지난해 2분기 1년 전에 비해 월평균 근로소득이 18.0% 줄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소득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0%, 사업소득은 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고가 선물의 경우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명절 연휴기간을 활용해 떠났던 해외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자 자기 보상심리가 작용하면서 고가의 가전이나 선물 등의 구매 수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향을 찾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고가의 선물로 표현하는 지난해 추석 트렌드가 올 설까지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나 보상심리가 프리미엄 선물세트 구매로 이어졌다”며 “반면 지갑이 얇아진 사람들은 지갑 사정에 맞춰 가성비 상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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