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팬데믹에 멈춰버린 ‘홍대 음악’…데뷔와 동시에 사라진 무대, 인디뮤지션들 갈 곳은… [무대 상실하는 인디음악]
대면 공연 어려워 온라인으로 진행
실물 앨범발매 대신 싱글음원 소개

살기위해 배달 등 ‘투잡 음악인’ 늘어
장르쏠림에 메이저-언더 격차 심화
다양한 음악 노출창구·지원안 절실
에이퍼즈 [에이퍼즈 제공]
헤비메탈 밴드 디아블로 [디아블로 제공]
매스록 밴드 코토바 [코토바 제공]

팬데믹이 당도한 지난 1년, 홍대엔 ‘음악’이 멈췄다. 이제 막 첫발을 딛는 음악인도,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해 성장한 음악인도, 이미 한 장르의 대표주자가 된 음악인도 잠시 가던 길을 멈췄다. 인디음악의 터전이었던 홍대 공연장이 문을 닫자, 뮤지션들도 ‘설 자리’와 ‘활동 기반’을 잃었다.

2021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노래 부문 후보에도 오른 매스록 밴드 코토바의 멤버 다프네(기타)도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 음악가로서 공연장이 사라지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지표를 넓혀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인디 음악인들에게 홍대는 음악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홍대의 소규모 공연장들은 갓 내놓은 신보를 소개하는 쇼케이스 현장이자 음반을 발매하는 레코드 가게였고, 새로운 관객을 만나 팬층을 넓히는 오작교였으며, 이들이 입소문을 내는 SNS였다.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을 하기 어려워지자 음악인들도 자구책을 세우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홍대 음악인들이 코로나19 시대를 보내며 맞은 큰 변화는 오프라인 공연 대신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고, 실물 앨범 발매 대신 음원 형태로 선보이게 된 점이었다.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헤비메탈 밴드인 디아블로는 올해로 데뷔 19년차에 접어들었다. 홍대의 전성기를 함께 보낸 이들은 이례적으로 싱글 형태로 음원을 발매하고,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다.

디아블로 추명교(드럼)는 “지난 한 해 꾸준히 음악을 작업 중이었지만, 코로나19로 앨범을 발표하지 못했다”라며 “밴드는 앨범 발표 이후 공연 쪽 비중이 월등한데 지금은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정규 앨범 발매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신 한두 달에 한 번씩 싱글을 선보였고, 데뷔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다.

퓨전 재즈 밴드 에이퍼즈(A-FUZZ)는 지난 한 해 국내 공연 4~5건, 해외 페스티벌 1건 등이 취소됐다. 김진이는 “온라인 공연을 통해 해외팬을 만나는 것은 이점이었지만, 대면 공연은 많이 줄었고 공연을 한다 해도 관객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연장 내 거리두기 좌석제까지 적용되다 보니 10여명의 관객 밖에 수용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음악인들이 절감하는 것은 가요계의 ‘빈부격차’다. 위기와 고난은 생태계의 가장 밑바닥부터 찾아왔다. 추명교는 “국내 음악계에서 밴드신은 이미 마이너였고, 전성기를 누린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힘든 시기였는데, 코로나19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말했다.

많은 밴드와 인디 음악가는 자신들의 음악 활동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에이퍼즈 김진이는 “세션 활동과 레슨을 병행하고 있지만, 세션은 일용직이다 보니 기존 수입과 큰 차이는 없다”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코로나 이후 수입이 50%는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엔 배달을 하거나, 다른 일로 투잡을 뛰는 뮤지션들이 많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활동한 밴드이지만 디아블로 역시 밴드 활동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한다. 추명교는 “레슨을 하기도 하고, 멤버 중 한 명은 미술 전공이라 디자인 쪽 일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신의 음악인들은 “홍대 음악신은 코로나 이전에도 쉽지 않았지만, 코로나를 맞으며 가요계의 고질병이 드러났다”고 봤다. 추명교는 “국내 음악신은 특정 장르에 쏠림 현상이 심해 K팝 등 메이저와 언더의 격차가 크다. 홍대 음악신이 생명력을 가지고 지속하기 위해 다양한 음악이 노출될 창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