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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대응’ 지자체 소관, 구청 직원은 어디”…일선 경찰 ‘볼멘소리’
최근 감염병예방법 과태료 부과 단속 증가
“신고시 구청 직원 안 나오고 일선 경찰만 출동”
“파출소·지구대 야간업무에 구청업무까지 과다”
구청들 “당직실 통상 4명 체제…나름대로 대응”

최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경찰들이 방한복으로 중무장하고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공동 대응을 위해 찾으면, 나와야 할 것 아닙니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된 신고가 늘어나면서 관련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일선 경찰들의 불만 어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신고가 접수되면 정작 중심이 돼야 할 기초자치단체 직원들이 공동 대응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경찰 업무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한 서울 강남 지역의 A파출소장은 “코로나19 관련 112 신고가 들어오면 같이 초동 대응을 해야 할 구청 직원들의 태도가 매우 미온적”이라며 “이로 인해 일선 경찰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시 강남 지역 소재 B파출소장도 “방역 수칙 위반 신고가 들어오면 실상 주된 업무 처리는 기초단체의 몫인데, 밤(오후) 9시 이후 혹은 주말에는 아예 공동 단속 현장에 나오질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서북권의 C파출소장은 “요즘 같은 때에는 집안에서 술 먹고 싸우는 일 처리하기도 바쁜데, 구청 업무까지 해야 해 현장에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불법적인 영업 행태가 지속되면서 관련 주민 신고가 크게 늘고 있다. 주로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관련된 신고다. 이 법과 관련된 위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집합금지·제한(영업금지나 운영 방식 제한) 위반’, 다른 하나는 ‘방역 수칙(마스크 사용, 전자출입명부 작성 등) 위반’이다. 집합금지·제한을 어기면 벌금(300만원 이하)이 부과되고, 방역 수칙을 어기면 기초단체를 통해 과태료(300만원 이하)를 부과받게 된다.

B파출소장은 “현장을 나가보면 방역 수칙을 어기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사안이 경미하면 벌금 같이 전과 기록이 남는 것보다는 과태료 부과 형태로 업무를 처리하게 되다 보니 실상 구청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일선 구청을 대신해 현장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자료를 만들어 구청에 넘기면, 구청은 과태료만 부과하고 일을 마무리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코로나19와 관련해 112로 주민 신고가 들어오면, 원래 경찰과 구청이 공동 대응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내 112상황실은 신고가 들어오면 일선 지구대·파출소에 먼저 이를 알리고, 구청에도 사실을 통보해 합동으로 단속하러 나가자고 요청한다. 주간에는 구청 내 관련 부서에 연락을 하고, 야간에는 당직 상황실에 연락을 한다.

유흥업소 관련 이미지. [연합]

다행히 주간에는 어느 정도 협조가 이뤄지지만, 야간에는 이런 공동 대응을 많이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전언이다. 서울 지역 한 경찰관은 “주말에는 구청 직원이 한 번도 경찰과 공동 단속하러 나오는 것을 본 적 없다”며 “밤 12시 이후에는 전화도 안 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구청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 구청은 통상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당직 상황실을 운영하며 야간 상황 대응에 나선다. 강남구(7명 운영)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서울 시내 구청은 4~5명의 인력을 야간에 배치한다. 이때 신고가 접수될 경우 단속을 위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인원은 1~2명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 한 구청 당직실 관계자는 “그래도 경찰을 통해 연락이 오면 단속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출소·지구대만큼 빠르게 현장에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려 경찰이 단독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라며 “(밤)12시 이후부터 오전 6시까지는 교대로 돌아가면서 잠을 자고 당직을 서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선 경찰들의 업무 피로는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자치경찰제와 맞물려 더 커지는 모양새다. 자치경찰제는 기존 생활안전 등과 관련된 업무를, 시·도지사 소속 협의체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 하에 꾸려나가는 체제다.

서울 지역 한 파출소의 경찰관은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기 전인 현재도 코로나19와 관련해 기초단체 업무를 주로 맡아 수행하게 되는 사례가 많았다. 자치경찰제가 본격화되면 지자체가 떠미는 행정 업무를 아예 도맡아 하게 될 까봐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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