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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성장률 ‘선방’…4·7재보선에 與유리?[정치쫌!]
전례없는 경제 위기속 文 정부 경제 성과 선방
경제 성장률 등 지표 다른 국가 보다 나쁘지 않아
부동산 지표는 악화…최대의 ‘아킬레스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기업 영상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미국 대선에선 불문율처럼 통하는 것이 있다. 경제(지표)가 좋으면 재선에 성공하고, 경제가 나쁘면 실패한다는 것이다. 아주 다양한 이슈와 이해가 부딪치는 때가 선거이지만, 목전에 다가올수록 결국 유권자에게 소구하는 건 먹고사는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정치의 공식이 통할까.

먼저 미국 얘기다. 지난 1992년 미 대선 당시 빌 클린턴 후보는 재선을 노리는 조지 H.W. 부시 (아버지 부시)와 맞붙었다. 아버지 부시의 공화당 정부는 ‘냉전 종식’과 ‘미국의 초강대국으로 부상’이라는 치적을 내세웠다. 클린턴이 열세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클린턴 후보는 슬로건 하나로 부시의 재선을 막고 12년간의 공화당 집권을 끝냈다. 그 때 빌 클린턴이 내건 슬로건이 바로 그 유명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It's the economy, stupid!)’였다.

연임이 가능한 미국에서 아버지 부시 대통령 처럼 단임으로 끝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미국은 연임이 보통으로, 4년후 치러지는 선거는 일종의 '재신임'을 묻는 격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 44명중 단임으로 임기를 마친 대통령은 10명이다. 대부분 경제에 발목이 잡혔다.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대공황을 초래한 인물로 평가돼 재선이 좌절됐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도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9%까지 오르며 연임에 실패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도 높은 실업률 등 경제 악화로 재선을 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선 실패 이유로도 방역 실패와 인종주의 등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중요하게는 임기 마지막해 ‘추락’에 가까운 경제 성적표가 꼽힌다. “제 2차 대전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취임 당시보다 고용지표가 하락한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CNN의 평가나 “지난 70년간 대통령 중 가장 저조한 수준의 경제 성적을 보인 대통령”이라는 무디스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말 ‘마지막 중간평가’ 성격이자, 2022년 3월에 있을 대선의 전초전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진보 정권 10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보수정권 9년(박근혜 정부 4년) 이 번갈아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대선은 미국식으로 보자면 민주당 정부의 ‘재신임’을 묻는 정치 이벤트라고 할 수도 있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최근 발표된 지난해 경제 성장률 지표가 ‘선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1분기 -1.3%, 2분기 -3.2%로 고꾸라졌다가 3분기 2.1%로 반등했다. 연간 전체로 보면 -1% 정도의 성장이다. 국내외 주요기관의 전망치 및 시장의 기대치를 예상보다 뛰어넘는 수치다. 경제규모 10위권 내 선진국들은 -3%에서 –10%이상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경제 10위권 재진입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명목, 미 달러화 기준)가 1조5868억달러로, 전년보다 600억달러 감소했지만 세계 10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작년의 12위보다 두 계단 상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점과 외환 위기 이후 가장 최저라는 사실을 강조해 보도하자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기사 제목까지 인용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다른 나라와의 비교 없이 ‘외환위기 이후 첫 역성장’,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와 같은 디지털 기사가 나오고 있다"며 "오늘 속보치 발표는 세 번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온 국민이 일상의 희생을 감내해 가면서 올린 값진 ‘성과’임을 감안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한국은행의 속보치를 분석한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글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유하기도 했다. 4·7 재보선 전에 발표되는 마지막 분기별·연간 경제성장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여당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론 조사에 따라 폭은 다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도 반등하는 추세다. 지난 한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속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리얼미터 기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이 된 문제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내놓은 이후 지지율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8~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2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는 전주보다 5.1%포인트 오른 43.0%로 집계됐다. 내리막길이었던 지지율은 8주 만에 40%대로 다시 올라섰다.

앞으로 반등 추세를 더 끌고 나가기 위해선 국내외에선 선방이라고 평가받는 거시 경제 지표를 좀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는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심을 좌우하는 것은 지표가 아니라 체감경기다. 피부로 느끼지 않으면 공허한 숫자놀음일 수 밖에 없다.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 역시 지난 신년기자회견에서 "거시경제는 성공을 거두더라도 국민들의 삶이 회복되고 고용이 회복되는 것은 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 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제·협력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 등 이른바 ‘코로나 상생 연대 3법’이라고 불리는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일 것이다. “선거용”이라는 야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으로선 재보선을 치르고 대선을 앞둔 현정부의 임기 마지막, 올해의 경제·민생 성과를 좌우할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여당이 추진하는 손실보상제와 이익공유제를 언급하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더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하지만, 실현된다면 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신종 감염병 재난을 함께 이겨내는 포용적인 정책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경제 지표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여전한 아킬레스건은 부동산이다. 집값폭등과 전세난 등 부동산 지표는 악화 추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와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한국갤럽이 매주 내놓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첫 번째 순위는 ‘부동산 문제’다.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설 연휴전 강력한 공급 대책"을 예고 했다. 하지만 추가 대책을 내놓는 것 자체에 회의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 취임이후 나온 21번의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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