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민주당보다 아군 내부 총질이 문제”
안철수, 선출 안된 국힘 후보와 경쟁…“초조할 것”
‘실무협상’ 카드도 그닥…부인에도 입당설 ‘갑툭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4월 보궐선거를 70여일 앞두고 범야권이 심상찮다. 정부여당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이 오르며 승리를 낙관하던 것도 잠시, 국민의힘은 거듭되는 내분에, 국민의당은 지지부진한 단일화로 속이 타들어간다.
본격적인 예비경선에 돌입한 국민의힘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막말과 낯뜨거운 ‘내부 총질’이 골머리다. 갈 길은 급한데 벌써부터 막말로 자멸한 지난해 4월 총선의 악몽이 소환된다. “정작 본선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보다, 아군이 더 무서운 적”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위기감은 고조되지만 명확한 교통정리는 요원하다.
29일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까지 제1야당에 국민들이 확실한 신뢰를 못주고 반신반의 하는 상황인데 민심이 떠나는 건 순식간”이라며 “후보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닌만큼 갈수록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다른 의원 역시 “단체로 뭔가에 씌인 것 같다”며 “결국 우리끼리 싸우면 민주당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최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후궁’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오세훈 전 시장은 “광진구을은 조선족이 많아서 총선에서 졌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연합] |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이언주 전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선거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가 불법선거자금 의혹에 불을 지핀 꼴이 됐다. 이 전 의원은 “돈을 쓰지 않고 광역단체장 선거를 치르기가 힘들다”, “한달에 수억원이 든다”, “불가피하게 불법자금을 받아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 등을 언급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은 고조됐는데, 정작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에 안주하고 그 이상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인물이 부상하지 못하고 과거 정치인 간의 경쟁인 것도 식상한데 막말, 집안 내 갈등이 노출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직 선거 기간이 남아있으니까 정신을 제대로 차릴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조수진 의원의 막말은 좀 크다. 만만치 않다. (선거에)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선거가 두달여 남은 시점에서 선거 때까지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소속 이언주 전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연합]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단일화’가 발목이다. ‘단일화’라는 링 위에서 아직 선출되지 않은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섀도 복싱’을 하는 꼴이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실무협상부터’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부터는 “몸 달았다”는 등 냉소적인 반응만 얻고 있다.
양 당의 부인에도 연이어 불거지는 입당설 역시 마찬가지다. 전날 한 언론은 “안 대표가 내달 5일 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지난 27일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 의견을 전달했다’는 보도를 부인한지 하루 만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반복해서 나오는 입당 관련 오보의 배경과 의도를 놓고 사실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정치권에서는 양 당이 각자가 원하는 형태의 단일화를 놓고 여론전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다. 입당을 원하는 국민의힘과 실무협상부터 원하는 국민의당 사이의 입장차가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입당설을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3자 구도에 대한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3자 구도가 됐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어떤 사전 정비 작업이 아닌가 하는 최악의 오해로 인식될 수 있다”며 “양당이 좀더 책임있게 단일화에 대한 요구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되면서 관심이 그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고, 안 대표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입당설 등이 나오는 것)”이라며 “경선은 단순히 사람을 넘는 것을 넘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외연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안 대표는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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