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멈춤을 모르는 기관차, 김시우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김시우가 PGA투어 3승을 달성했다. 3년 6개월 20일 만이다. 김시우는 PGA투어 풀시드를 받았던 2016년 첫 우승을 기록하고, 2017년에는 메이저급 대회인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앞날이 창창하게만 느껴졌다. 그럴 때가 가장 위험하다.

그 이후 김시우는 번번이 우승 기회를 놓쳤다. 3라운드 종료 후 선두로 나선 적이 2차례 있었지만, 마지막날 타수 줄이기에 실패하면서 모두 이븐파를 기록했다.

이번엔 달랐다. 김시우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보기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예전과는 달랐다.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김시우의 아버지는 아들의 장점을 근성과 승부욕이라고 얘기했다. 이상하게 아플 때 더 잘친다는 것이다. 플레이어스 대회 때도 최종 라운드에 담이 와서 제대로 경기를 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초반에 버디를 잡고 나니 아픈 것도 잊었다고 했다.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 오히려 파워를 발휘하고 근성을 보여준다는 얘기였다. 이전 두번 다 우승할 때도 다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다고 했다.

김시우의 장점이자 단점은 한번 흐름을 타면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공이 잘 맞고, 스코어를 내기 시작하면 무섭게 타오른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든 시합을 우승할 수 없고, 잘 칠 수 없는건 당연하지만, 승부욕 강한 김시우에겐 그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코스도 맞아야 하고, 몸 컨디션도 좋아야 하지만, 매 경기 성적을 내려고 하다 보면 더 스트레스가 쌓여 왔다.

김시우의 부모가 김시우에게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은 게임이 안 풀리더라도 너무 조급해하거나 열받지 말고 자신을 잘 조절하라는 것이다. 워낙 욕심이 많고, 승부욕이 세다 보니 스스로에게 또는 결과에 집착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최대한 감정기복 없이 경기하고자 했다. 늘 포커 페이스인 김시우지만 이번 마지막 라운드는 보는 사람이 편안한 뭔가가 있었다. 우승을 하려고 하기 보다 자기 게임을 잘 풀어가려고, 그 순간 안에 있으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지막 우승 퍼트를 하고 낮게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얼마나 깊은 피로감을 느끼는지 볼 수 있었다. 5시간동안 플레이 하면서 스스로를 참고, 기다리며, 최선을 다해 집중한 까닭일 것이다.

김시우는 코치의 조언이 이번 시합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자꾸 쫓기는 기분이 들고, 답답했는데, 지난 2년 동안 함께 한 클로드 하먼 코치와 많은 얘기를 하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이번주도 마찬가지였다. 기다리자고, 기회가 오면 그때 잡으면 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넌 좋은 선수니까 침착하게 자신을 믿고 플레이하면 꼭 기회가 온다는 말들이었다. 김시우는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말과 더불어 특별히 코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자신의 인스타 계정을 통해 전달했다.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가장 힘이 되는 법이다.

최경주 이후 PGA투어 3승을 처음 기록한 김시우. 3년 걸려 3승의 고지를 넘었으나 앞으로도 그의 골프 여정은 길 것이기에 늘 꽃길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이번처럼 승부를 맘껏 즐기며 많은 것을 이루길 바란다.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