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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취임연설] 내 모든 영혼 국가 통합에…“모든 미국인 위한 대통령 될 것”
22분 연설 절반 이상 통합에 방점
“지금 이 시간, 민주주의가 이겼다”
“‘통합하면 실패 없다’내가 보장”
동맹 복구, 다시 세계와 관여할 것
조 바이든 미국 제46대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22분간의 연설 동안 미국의 통합을 위해 모든 영혼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한 조셉 R.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 78세로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된 그는 정치 성향에 따른 반목·인종간 불평등·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등 복합위기로 크게 상처받아 휘청이는 미국을 치료하려고 22분 연설의 절반 가량을 미국인을 한 데 묶는 데 할애했다. 대선 승리자 선언 이후 두 달 가량 공들였다고 전해진 문장과 이를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 곳곳엔 미국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 해결법와 미래지향적인 비전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었다.

불과 보름 전인 지난 6일 전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가 주축이 된 의회 난입으로 폭력사태가 벌어진 워싱턴DC 연방의사당 계단에서 통합을 외치는 건 ‘아이러니’일 수 있다. 그는 그러나 “위기와 도전의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통합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어두운 취임연설을 했던 것과 달리 바이든은 희망적인 감정에 호소하려고 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측면에선 동맹을 회복하고, 다시 한 번 세계의 등불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시작부터 미국과 미국인을 북돋우려 했다. 의회의 근간을 흔들려고 한 난입·폭력 사태를 언급, 200년 이상 이어져 온 평화적 정권 이양을 국민과 함께 이뤄낸 것을 강조하면서다. 그는 “오늘은 미국의 날, 민주주의의 날”이라며 “민주주의는 소중하고 깨지기 쉽다는 걸 다시 한 번 배웠고, 지금 이 시간 민주주의가 이겼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미국 앞에 놓인 과제가 많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방금 신성한 (취임)선서를 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이야기는 어느 한 사람, 몇 명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 달렸다. 완벽한 결합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달렸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 동안 세계 2차 대전 기간의 사망자만큼 희생자가 생긴 점 등을 거론, “할 일이 많고, 치유할 게 많고, 회복할 게 많다”고 짚었다. 정치적 극단주의의와 백인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의 부상에 반드시 맞서야 하고 물리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도중 코로나19로 사망한 40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기리자며 묵념을 청하고 스스로 기도끝낸 뒤 “아멘”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46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EPA]

▶통합하면 실패 없다고 내가 보장한다=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앞에 산적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처방전으로 내놓은 건 통합이었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규정하기 어려운 건 통합”이라며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내 이름이 역사에 남는다면 이것 때문일 것이다. 내 모든 영혼이 이 안에 있다’고 노예해방 선언에 서명할 때 한 말을 차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내 모든 영혼이 이 안에 있다. 미국을 하나로 묶고,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를 통합하는 것”이라며 “이 대의에 모든 미국인이 나와 함께 하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잘못을 바로잡고, 좋은 일자리를 회복하고,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미국이 다시 한 번 세계를 이끄는 것 모두 통합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같은 때 통합을 말하는 건 어리석은 환상 같이 들릴 수 있다는 걸 안다. 우리를 분열시키는 힘이 깊고 진짜라는 것도 알고 있다”며 “남북전쟁, 대공황, 세계대전, 911테러 등을 거치면서 우리의 더 나은 천사가 항상 승리했다. 역사와 신념, 이유가 통합의 길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합이 없으면 평화가 없다. 오직 쓰라림과 분노만 있다. 진보가 없고 소모적인 격분만, 나라가 없고 혼란만 있을 뿐”이라며 “지금은 위기와 도전의 순간이다. 통합이 전진하는 길”이라고 했다.

아울러 “만약 우리가 통합한다면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보장한다”며 “우리가 함께 행동 했을 때 우린 결코, 결코, 결코,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WP는 이 대목을 바이든 대통령이 통합을 호소하며 가장 힘주어 말한 대목으로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난입 폭도를 거론, “당신들이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런 것”이라며 “그게 민주주의이고, 미국이다. 당신들에게 이걸 약속하겠다.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나를 지지한 사람들을 위한 것처럼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싸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시 세계와 관여=미국 내 상황이 위중한 만큼 그의 연설은 국내 문제에 집중했지만, 국제사회에 ‘미국이 돌아왔다’는 걸 알리는 걸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모두 세계가 오늘 우릴 보고 있다는 걸 안다”며 “이것은 우리 국경 너머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나의 메시지”라고 운을 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시험을 받았고, 우리는 더 강해졌다”며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 번 세계와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순히 힘의 모범이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면서 “평화와 발전, 안보를 위한 강력하고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전임자의 고립주의·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다자주의 속 미국 위상 회복을 분명히 한 셈이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약화한 동맹을 복구하고 평화와 안보를 위한 강력한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풀이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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