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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김종인 위원장의 진심은?

“지금의 우리가 갖고 있는 이러한 변화의 바탕을 갖다 깔고서 4월까지 가면 나는 ‘우리가 이긴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지난 12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말이다. 후보 단일화가 없어도 국민의힘 후보만으로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렸던 박찬종 무소속 후보가 조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사례를 거론했다. 선거 막판에는 결국 양당 후보의 대결 구도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김 위원장의 이런 주장에는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다. 1995년 당시는 ‘정규 선거’였지만 이번에는 ‘보궐 선거’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정규 선거는 선거일이 휴일이지만 보궐 선거일은 휴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궐 선거의 평균 투표율이 30%대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열혈 지지층’이 많은 정당, 해당 지역의 당 조직이 강한 정당이 유리하다. 열혈 지지층과 당 조직 관련자들은 ‘정치적 활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어 반드시 투표장에 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는 판이 커서 다를 수도 있다. 만일 이번 보궐 선거가 과거와 다르다면 높은 관심 덕분에 투표율이 50%를 상회할 수도 있고, 그러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정도의 투표율이면 열혈 지지층이나 당 조직의 영향력은 감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론이어서 이런 추론을 맹신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언급처럼 3자 대결 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서울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오차 범위 내에서의 우세다. 리얼미터가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 4.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3.7%포인트 앞서고 있다. 이 정도의 우세를 갖고서는 3자 대결 구도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오히려 기(氣) 싸움적인 성격 혹은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과정으로 김 위원장의 발언을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단일화 제안을 덥석 수용할 수는 없다. 가뜩이나 당 안팎에서 김 위원장을 흔드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당 외부 인사와의 단일화 제안을 받아들였다가는 김 위원장을 공격할 수 있는 또 다른 빌미만 생기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당내 후보가 완주하는 상황을 가정할 수밖에 없다고 추론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후보 단일화 시기는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좋다는 점이다. 그만큼 극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우리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의 후보 단일화를 잘 기억하고 있다. 당시 단일화 효과가 극대화된 이유 중 하나는 대선을 불과 24일 앞둔 시점에서 단일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화가 효과가 극대화되는 이유는 단일화 충격이 선거까지 이어지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기에 단일화에 합의하게 되면 민주당도 나름의 대책을 강구할 수 있어 단일화를 통한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공격도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치의 목적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에 있다. 그렇기에 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다. 지금 김 위원장의 발언도 그 다양성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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