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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세계 기업에 美-中 양자택일 요구…노골화하는 2인자의 반격
9일 상무부령 발표 "외국 부당한 조치 저지"
트럼프 中제재 따른 기업들 불이익 있을 수도
화웨이와 거래 중단한 국내 기업도 여파 우려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서 한 시민이 지난 연말 마스크를 쓴 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상화 앞에 서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중 제재를 이행하는 세계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히면서 미국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상무부령으로 지난 9일 발표한 '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 적용 저지 방법(규정)'에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 의식이 명백하게 깔려 있다.

16개 조항으로 구성된 규정에 '미국'이라는 두 글자가 직접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규정 도입 취지를 설명하려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기자와의 문답' 형식 보도자료에서 "오랫동안 어떤 나라가 일방주의를 밀어붙이면서 다른 나라 기업과 개인이 관련국과 경제무역 활동을 하지 못하게 협박했다"면서 우회적으로 미국에 대한 반발 의지를 강조했다.

여기서 말한 '어떤 나라'는 곧 중국을 상대로 촘촘한 제재망을 구축한 미국을 가리키는 것이다. 중국은 이 규정에서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고, 미국의 대중 제재를 이행한 세계 기업에 경제적 불이익을 줄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규정 9조는 '외국'(미국)의 제재로 경제적 손해를 본 중국의 개인이나 기업은 해당 제재를 이행한 상대방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중국 법원에 낼 수 있도록 했다. 배상에 응하지 않으면 중국 법원이 강제 집행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시켰다.

또한 미국의 제재 표적이 된 중국 기업을 정부가 직접 구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11조는 "중국 공민, 법인 또는 기타 조직이 (외국의) 금지령 때문에 손해를 봤거나 외국의 법률과 조치(제재)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한 손실을 보게 됐을 때 정부는 실제 상황에 근거해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규정했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제재에 대해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은 중국 정부 차원의 큰 틀에서의 '전략적' 변화로 여겨진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통상 전문가인 닉 마로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새 상무부령이 나온 것은 전략적 사고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 관료들은 기업들에 어느 한 편에 설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가해진 미국의 대중 경제 제재는 상당히 다양하다. 이 가운데 미 상무부와 국방부가 지정한 블랙리스트 운용이 대표적 사례다.

미 상무부 지정 블랙리스트는 화웨이 등 중국의 IT기업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 공급을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방부가 지정해 관리하는 '중국군 연계 블랙리스트'는 해당 중국 기업에 미국 국민의 투자를 금지해 자금줄을 마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미국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강행 등 상황과 관련해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 등 다수의 홍콩과 중국 고위 관료들을 경제 제재 목록에 올렸다.

이 때문에 람 장관은 홍콩 상업 은행들과의 거래가 중단돼 신용불량자처럼 신용카드가 중지된 채 현금으로 생활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의 새 규정은 이런 모든 형태의 미국 대중 제재에 관여하는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에 손배소 위험을 안기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미국의 퀄컴과 구글, 대만 TSMC, 한국의 삼성전자, 중국 SMIC 등 세계의 많은 기업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두려워해 람 장관의 계좌를 동결시킨 홍콩의 상업은행들도 중국에서 손배소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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