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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결국 ‘의사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특혜 논란 가열
‘국시거부’ 의대생 2700명 대상 상반기 한차례 더 실시
1월말 시험 위해 의료법시행령 개정…“오늘중 입법예고”
사과도 없는데 ‘원칙’ 깨 ‘나쁜 선례’ 만들었다 거센 비난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정부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2차례로 치르기로 했다.

[헤럴드DB]

이는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인력 공백 방지를 위한 조치지만, 앞서 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에게 사실상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이어서 특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형평성과 공정성의 원칙을 깨고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보건복지부는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2021년도 의사국시 시행방안과 관련해 "내년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2회 실시하기로 하고, 상반기 시험은 1월 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그간 의사 국시 실기시험은 하반기(9월∼)에만 치러져 왔는데 시험 기회를 한 차례 더 늘린 것이다.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면서 내년도 신규 의사는 물론 공중보건의까지도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대책 마련에 나선 셈이다.

복지부는 2차례 실기 시험 실시 배경에 대해 "내년에는 당초 인원 3200명과 응시 취소자 2700여 명을 합쳐 6000여명을 대상으로 실기 시험을 진행해야 함에 따라 시험 기간 장기화 등 시험운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는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우선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드려 매우 죄송하다"면서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적 소명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환자 치료와 취약지 의료공백을 방치해서는 안 되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국시에 합격한 신규 의사는 총 3025명이다. 복지부는 시험 대상자 3172명 가운데 응시 거부자를 제외한 423명만 시험을 치른 만큼 당장 2700여명의 인력 공백이 생기고 공보의 또한 38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추가 시험 기회를 주되 올해 응시자와는 차이를 두기로 했다. 우선 내년 1∼2월 실기시험에 응시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는 인턴 전형 시 지역·공공의료 분야의 인력 충원 시급성을 고려해 비수도권 및 공공병원 정원 비중을 확대해 뽑을 예정이다.

이 실장은 "공공의료 강화 대책의 차질 없는 시행,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의료계와의 협의 진전, 의료 취약지 지원을 위해서 내년도 실기시험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라며 거듭 국민적 이해를 구했다.

복지부는 내년 1월 실기 시험을 위해 의료법 시행령도 개정하기로 했다.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시험을 실시하려면 시험 실시 90일 전까지 공고해야 한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내년 1월에 시험을 시행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의료인력의 긴급한 충원이 필요한 경우 공고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려고 한다"며 "오늘 중으로 입법예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 스스로 '다른 국가고시와의 형평성·공정성 문제가 있어 국민적 공감대 없이 기회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만큼 원칙을 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실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날로 심화하고 있고, 공공의료 분야 필수 의료 인력에 대한 필요성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를 고려할 때 국민 공감대는 어느 정도 인정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특정 이익집단이 집단행동으로 국가시험을 거부했는데 정부가 의대생들의 공식적인 사과와 국민적인 공감대 등 뚜렷한 명분도 없이 추가 응시기회를 준 사례가 없는 만큼 이번에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국시 재응시를 둘러싼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았던 점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난 10월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의료계가 재응시 기회를 요구해왔지만, 학생들은 지금껏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적이 없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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