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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부구치소 수용자가 전한 ‘3가지 방역 허점’
① 8명 있는 방서 마스크 안써
② 방에 손소독제 비치 안돼
③ 식사할 때 가림판도 없어

“같이 방을 쓰던 사람들이 너무 걱정돼요. 나이가 꽤 지긋한 사람이 많았는데 이 난리에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입니다.”

31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60대 김모 씨는 수용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에 대한 걱정부터 털어놨다. 그는 이달 중순까지 2개월 가량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생활한 사람이다. 구치소 1차 전수 조사를 하기 전에 나왔다는 그는 “지난 1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구치소에서 처음 나왔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했다.

김씨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지난 11월 27일 구치소 직원인 첫 확진자가 나오기 이전부터 동부구치소는 방역 허점에 노출된 채 집단 생활이 진행됐다.

▶첫 번째 허점 “가을 내내 방안에서 마스크 안 써”=김씨는 “코로나19로 인해 한창 사회적 거리두기 논란이 일던 10월에도 구치소 내부 방(거실) 안에선 수용자들이 마스크를 다 벗어 놓고 대화했다”고 말했다. 동부구치소는 방안의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를 쓰라는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

김씨는 “8명이 함께 쓰는 방에 있었는데, 방안에 있을 때에는 전부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며 생활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 면회가 허용될 때나 변호사 접견·법원 출석 시에만 반드시 마스크를 쓰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일반 시민들이 공용 공간에서도 마스크를 쓰며 집단 감염을 차단하려고 할 때, 구치소 내 수용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일상을 보낸 것이다.

구치소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이 단기간 머무는 곳이라 한 방에 생활하는 사람들이 자주 바뀌게 된다. 만일 당시 새로 구치소에 들어온 수용자가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였다면, 마스크 없이 함께 한 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집단 감염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전국적으로 일일 확진자 수가 세 자리로 급증하게 된 지난 11월 말이 돼서야, 방안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라는 지침이 구치소에서 내려왔다고 김씨는 회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자들은 한 방에서 24시간 같이 식사하고 같이 자는 사람들이다. 어차피 식사하거나 잘 때 마스크를 벗게 된다. 과연 방안에서 모여 생활할 때 마스크를 쓰게 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허점 “손소독제 사용 거의 없어”=김씨는 8명이 쓰는 방안에 손소독제가 구비된 적이 없고, 따로 바를 일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치소 생활을 하면서, 지나가다가 손소독제를 본 적은 있다”며 “다만 하루 종일 방안에 있는 생활을 반복하고 나갈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손소독제가 구비된 곳에 갈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손소독제를 복도에는 비치했었다. 방안에 손소독제가 없었다면 수용자들은 대신 비누를 쓰면 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세 번째 허점 “식사할 때 가림막이 없어”=한 방에서 8명이 함께 식사를 하는 데도 투명 가림막이 구비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 김씨의 전언이다. 그는 “바닥에 앉아 8명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상을 2개 깔았다”며 “한쪽 상에는 3명, 다른 쪽 상에는 5명이 나눠 식사를 했고, 가림막을 설치하거나 자리를 분리해서 식사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안식 백석대 교정보안학과 교수는 ”수용자들이 자신이 속한 구치소의 해당 층을 벗어날 수 없고, 실내에 나가는 일도 없이 대부분 시간을 방안에서만 지내게 된다는 점이 문제를 더 키웠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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