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 정치권은 4월 치러질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사활을 건 승부가 불가피하다. 대선 전초전 양상을 띠는 이번 선거에서 이기는 쪽이 2022년 대선 주도권을 쥘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은 여의도 전경련 빌딩에서 바라본 국회 본회의장의 야경. 이상섭 기자

‘서울·부산을 잡으면 2022년 대선 주도권이 보인다.’ 2021년 정치권 시계는 온통 4월에 치러지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맞춰졌다. 이번 선거가 2022년 대선 전초전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서는 사활을 건 승부가 불가피하다. 여야 어느 쪽이 이기든 대권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결과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도, 임기 후반기 강화된 국정 장악력을 가져갈 수도 있다. 일단 서울과 부산을 지키며 정권을 수성해야만 하는 여권, 두 곳 모두 되찾아 이를 교두보로 정권을 탈환해야만 하는 야권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재보선이 끝나면 차기잠룡들은 바로 대선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도 야도 “서울! 서울! 서울!”=‘대선주자급’ 서울시장 자체의 정치적 무게감뿐만 아니라, 2022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치러지는 타이밍상으로도 4월 보선은 어느 때보다 파급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출발부터 불리한 입장이다. 여권 시장들의 성추문 파동으로 열리는 선거판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악화, 정권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및 백신 지연 논란 등은 정당 지지도 하락으로 연결됐다.

결코 내줘서는 안되는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한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이 우선 언급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 의원도 출마 여부를 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늦어도 새해 초에는 결단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여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10년 만에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하는 야권의 최대 화두는 후보 단일화다.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야권 판세는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막판까지 국민의힘과 안 대표 측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힘에선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고, 초선 김웅 윤희숙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자해지’ 입장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구원등판’ 여부도 관심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공식 출마선언을 앞두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판은 사뭇 다른 양상이다. 누구라도 야당 경선을 넘으면 ‘대한민구 제2 도시’ 행정을 책임질 자리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국민의힘 예비후보만 해도 박민식 유재중 이진복 박형준 이언주 전 의원을 포함해 8명이다. 특히 40대 경제전문가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돌발 변수로 급부상했다. 국민의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박 부시장이 민주당 소속이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 이후 시정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야권 인사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감감 무소식이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의 전략공천론이 유력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차출론도 관심이다.

▶잠룡 경쟁 본격화=재보선이 마무리되면 잠룡들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기선을 잡으려는 잠룡들의 경쟁이 일찌감치 달아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제3후보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여당에서는 우선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박스권 양강 구도가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 점화 이후에도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부터 다져온 지지도를 바탕으로 2020년4·15 총선에서 승리한 뒤 8월 전대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권을 거머쥐면서 ‘대세론’을 구가했지만 민주당 지지도와 함께 차기 대선 선호도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이 지사는 2020년 7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이후 기세가 올라 이 대표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지지율이 올랐다. 코로나19 정국에서도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 등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친문세력이 아직 관망세라는 점에서 ‘제3의 후보론’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당에 복귀할 경우 파급력도 만만찮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대표 선수’는 아직 부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강성 보수층에서 고정 지지를 받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복당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른 윤석열 총장의 대권 도전 여부가 대선판을 좌우할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내 시선은 ‘윤석열 대망론’과 ‘반기문 트라우마’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강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