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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R&D 성공의 선결과제는 ‘실패 두려움 없는’ 연구 풍토” [헤경이 만난 인물-윤석진 KIST 원장]
국민의 기대치 충족하는 혁신 통해
‘코리아 R&D 패러독스’ 극복 노력
예측기반 연구수행 방식으로 전환
지구·국가 현안문제 해법 찾을 것
연구 걸림돌 정량평가제 과감히 탈피
도전적인 실패 장려하는 포상제 계획
보유 기술·지적재산권·인프라 바탕
창업사관학교 운영…창의기업 육성
윤석진 원장이 걸어온 길 ▷1979~1985 연세대학교 전기공학·전기재료 학사·석사 ▷1989~1992 연세대학교 전기공학 박사 ▷1995~1996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박사후연구원 ▷1988~2020 KIST 연구원, 선임연구원, 책임연구원 ▷2012~2017 과기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 ▷2014~2017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2018~2020 홍릉클러스터링 추진위원회 위원장 ▷2018~現 국가과학기술수준평가위원회 위원장 ▷2019~現 한국공학한림원 재료자원공학 분과 정회원 ▷2020~現 KIST 원장

“현재 KIST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로 가기 위한 길목에 서 있는 상태입니다. 우수한 인력들로부터 뛰어난 연구성과가 쏟아지고 있지만 출연연 역할에 대한 재정립 요구가 계속되는 점이나 공공 연구개발(R&D)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변화되고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의 새 수장으로 선임된 윤석진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출연연의 새로운 역할이 시대적 사명이라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KIST는 국내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원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역대 최대규모인 약 27조원의 연구개발(R&D) 예산 투입을 예고했다. 하지만 일명 ‘코리아 R&D 패러독스’로 불리는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해마다 지적되고 있다.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상황이 됐지만 세계 시장을 선도할 원천기술 개발이 더디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이 같은 점에서 KIST 원천기술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사회적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기존 일방향적 기술이전 방식을 탈피,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KIST와 기업이 공동으로 발굴하고 개발하는 공동실험실 모델 링킹랩(Linking Lab)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이미 두산엔진과의 선박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탈질촉매 개발 사례에서 링킹랩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링킹랩 모델을 확대 운영해 새로운 산업계 혁신역량 지원 플랫폼으로 키워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형 창업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KIST 고유의 창업사관학교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KIST가 보유한 기술, 지식재산권, 인프라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기술 기반 창업기업을 다수 배출해 내겠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시장에 내보내는 역할을 전문적으로 하는 벤처캐피탈과 엑셀러레이터를 초기부터 참여시켜 필요한 자금 지원뿐 아니라, 기술발굴에서 특화된 교육까지 KIST와 함께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에 새롭게 지정된 홍릉강소특구의 기술핵심기관이기도 한 KIST가 한국형 창업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윤 원장은 한국 R&D 전략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이른바 ‘K-R&D’를 제안했다.

K-R&D는 선진국 답습이 아닌 한국 고유의 선도형 모델로서 연구분야와 연구수행방식, 제도와 문화 등 3가지 요소에서 방점을 두고 있다.

윤 원장은 “아직 그 어느 곳에서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주제에 도전함으로써 국가적 또는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 등을 충분히 활용해 기존 시행착오 기반에서 예측기반의 연구수행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R&D 평가체계를 정량(定量) 평가에서 정성(定性) 평가 중심으로 과감하게 바꿔, 연구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것이 K-R&D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이라고 윤 원장은 힘주어 말했다.

윤 원장은 “정량점수 중심의 평가 체계에서는 연구자들이 단기적인 실적을 쌓는 데에만 치중하게 된다. 연구자들의 잘못이 아니라, 제도가 연구자들을 그렇게 내몰게 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대형, 장기연구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량평가의 폐단 해소는 오래전부터 과학기술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많은 이들이 정량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해왔지만, 확실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KIST는 ‘인사평가제도 개선 TF’ 운영을 통해,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개인맞춤형 정성평가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윤 원장은 “예를 들어 연구 특성에 맞추어 평가주기도 선택할 수 있고, 평가지표도 새롭게 설계된다면 평가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KIST는 도전적인 실패를 용인할 뿐 아니라 장려하고 축하하기 위해서 제도적 차원의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KIST는 연구결과가 아닌 도전에 대한 시도를 기준으로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ang)’라는 포상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전지향적인 연구문화 확산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출연연은 ‘국가·사회의 현안 해결’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중점적으로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관련 정책 방향을 제시 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뮬레이션 기술, 나노기술로 비말 확산을 방지하는 마스크, 자율주행 방역로봇 기술과 같은 원천기술들이 산업계에 신수종 사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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