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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두기 영업제한’ 제외됐지만…맹인안마사들 “손님없어 생존 위협”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고객 발길 끊겨…매출 직격탄
“장애인 고용장려금 외 코로나 극복 지원 없다” 호소
소상공인 지원도 증빙자료 제출 탓 못받는 경우 태반
일반기업 고용 헬스케어 대부분 계약직…구직 ‘바늘구멍’
시각장애인이 안마사 자격을 취득해 운영하는 안마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에도 정상 영업이 가능하지만 고객들의 발길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1인 안마원의 모습.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안마사 자격증을 따서 생활합니다. 무자격 안마시술소를 하는 비장애인은 돈이 안 되면 건설 현장, 식당에 나가거나 배달을 하면 되지만 우리는 포기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안마 밖에 없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안마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정상 영업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고객들이 아예 발길을 뚝 끊으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안마원을 운영하는 조모(49)씨는 24일 기자를 만나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점점 나아질 것이란 희망으로 버텼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빚을 낼지,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주변에는 이미 문을 접은 곳들이 적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 씨는 “안마는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자립 방안인 데도 코로나19 극복 지원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그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5명을 두고 있어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고, 장애인 고용장려금 외에는 아무런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달 임대료 400만원에 직원 월급을 대느라 그동안 모은 돈을 거의 다 썼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안마원을 연 지 4개월째인 박재한(52)씨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원 초기 하루 10~15명 오던 고객이 최근에는 1~2명으로 급감했다. 기자가 해당 안마원을 찾은 지난 22일에도 하루 내내 예약 고객이 단 1명뿐이어서 업장이 썰렁했다.

박 씨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해 줬지만 적자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해 고민 끝에 4명이던 직원을 3명으로 줄이기로 했다”며 “매일 하루를 어떻게 버틸지 고민하느라 힘들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소상공인 지원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격 미달로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그는 “떳떳하게 일해서 돈을 벌고 싶다”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인 박재한(52)씨는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안마원을 개원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객이 줄어 4개월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2일 박씨의 안마원 카운터 앞에 개업 축하 화분이 놓여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서울 종로구에서 1인 안마원을 운영 중인 A씨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지만 20% 이상의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했다. A씨는 “10월까지 하루 4~5명 정도 오던 고객이 3~4명으로 줄었다. 신규 고객은 거의 없다”며 “안마원 대부분이 1인 사업장이라 고용장려금 같은 지원에도 기댈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는 “안마원은 보건업종이라 정상 운영은 가능하지만 대면업무다 보니 고객들이 방문하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증빙 서류 준비가 어려워 사실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일반기업에서 안마사로 일하는 ‘헬스키퍼’(건강관리사)도 코로나19로 고용 위기에 놓였다. 대부분 2년 계약의 비정규직인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기업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고 해고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계약기간이 만료돼 회사를 나온 50대 헬스키퍼 이모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재취업이 크게 힘들지 않았지만, 요즘엔 헬스키퍼 1명을 뽑는데 수십명이 몰린다”며 “내년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 하루 3만7000원뿐인 실업급여로 어떻게 생활을 해 나갈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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