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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승자 독식의 시대…독점이 선해지려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기업 간 경쟁의 현장에서 소수의 승자는 막대한 부의 전리품으로 대중에게 기억된다. 최후의 승자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감안할 때 승자가 누리는 과실을 과하다 비난할 수 없다. 이를 누리기 위한 욕망이 인류의 삶을 진화시켰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반합(正反合)의 원리가 지배하는 역사는 승자의 독단만을 용인하지 않는다. 이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규제를 낳았다. ‘독점’ 혹은 ‘과점’으로 불리는 승자의 만행이 벌어질 때의 일이다. 기업가 정신을 신성시하는 미국조차도 반독점과 전쟁을 이어왔을 정도다. ‘석유왕’ 존 록펠러가 설립한 미국의 스탠더드 오일은 경쟁사들을 매수해 석유사업을 독점하고, 경쟁사들의 철도 이용을 차별 대우하는 등의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고 34개 회사로 나뉘었다. AT&T도 장거리 통신 사업과 20여개 지역의 시내 전화 사업을 독점하다가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제소로 결국 쪼개졌다.

하지만 반독점 규제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억제 노력에도 역설적이게도 시장의 독점은 심화된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은 전 세계의 비즈니스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미국 증시의 힘은 이들 독점기업에서 나온다. 미국 규제 당국은 강공 모드지만, 전 세계 자본주의의 거대한 공룡으로 커버린 이들을 제어할 힘이 있을 지 의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단순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빼고는, 다른 어떤 기준으로도 현재까지 이들이 누리는 독점적 비즈니스가 소비자들에게 명확히 피해를 주고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 이런 현상은 독점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내려져야 함을 시사한다.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독점의 심화를 고민하게 하는 사례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최근 기업결합의 사례에서 독과점 논란을 야기할 인수·합병이 빈번해지고 있어서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인수·합병, 현대건설기계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과정, 대한전선의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LS전선의 사례 등은 모두 독과점 논란의 장본인이다. 모두 시장을 지배하는 이들끼리의 인수·합병 사례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는 이 논란의 클라이맥스다.

논란의 본질은 각 결합을 ‘규모의 경제’로 보느냐, ‘독점의 심화’로 보느냐로 정리된다. 다시 말해 ‘규모의 경제’로 다져진 경쟁력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승리하느냐, ‘독점의 심화’로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가하느냐의 문제다. ‘선한 독점’은 전 세계 시장의 평정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각 사례마다 인수·합병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천차만별이기에 어느 기업 결합이 선한 독점을 낳을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승자독식이 보편화하는 이른바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이 논란은 앞으로도 더욱 빈번하게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해 보이는 이유다. 규제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만 맡기기에는 해당 산업의 존폐는 물론, 우리 경제의 미래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중차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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