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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으로 베트남 軍·공안에…대사관 ‘수상한’ 선물 리스트
‘농산물 홍보’ 취지 해명 불구
정보기관 당국자도 다수 포함
“일반적 선물 절차와 달라” 지적
외교부, 내부 제보 묵살 정황도

현지 파견 기관 예산으로 주변에 보낼 선물을 대신 결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관련, 애초 ‘한국 농산물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는 박노완 대사의 해명과 달리 주재국 군과 공안, 정보기관 당국자들에게 선물이 집중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인 외교 선물 절차와 다르다는 지적을 했던 대사관 직원은 대사가 건의한 소환심의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외교부 소환심의회는 형식적인 조사만 끝낸 채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14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의 주베트남 대사 명의 선물 발송 리스트에 따르면, 대사관 측은 지난 1월 박 대사의 명의로 베트남 국방부와 공안부, 정보국 등 관련 당국자에게 고가의 과일 선물을 발송했다.

앞서 대사관 측은 “파견 기관 본부장의 사비로 다섯 상자만 주변에 전달했다. 한국 농산물 홍보 성격”이었다고 해명했다. 본부장 역시 “50상자를 애초 기획했지만, 실제 전달된 것은 다섯 상자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명단에 기재된 발송 대상은 모두 50명으로, 해명과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명단에는 한국 농산물 홍보라는 취지와 무색하게 현지 농림부, 검역기관 등 수출 관련 당국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정보기관 당국자들이 다수 포함됐고, 농산물 홍보와는 상관없는 현지 귀금속 업체 대표도 명단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aT 측은 “행사 잔여 물량을 대사 명의로 현지 유력인사에 홍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다”며 “명단은 대사관 측에서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명단을 본 외교부 전ㆍ현직 관계자들은 “대상 선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사관 내부 관계자는 “농산물 홍보라는 취지와 달리 군과 공안 관계자들에게 절반 가까운 물량이 나갔다”며 “발송 전 각 실무부서에 선물 대상을 취합하는 과정이 없었다”고 했다. 한 전직 대사 역시 “일반적 절차로 이뤄진 발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내부 기준에도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소속 기관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직무와 관련하여 (주재국 공무원에)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외교부 공무원 행동강령’에 맞지 않으며 UN부패방지협약, OECD 뇌물방지협약 등 공직자에게 높은 수준의 청렴성을 요구하는 국제적 흐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에도 대사관 내에서 “관계 기관 예산으로 대사가 주변에 선물을 발송하는 것은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대사는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공관장을 협박한다며 지난달 외교부에 소환을 건의했다. 외교부는 심의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재차 공개 조사를 요구했지만, 당시 외교부는 “다섯 상자만 보냈다”는 진술만 들은 채 별다른 확인 없이 해당 직원을 귀임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언론 등을 통해 문제가 다시 제기되자 외교부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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