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헤럴드시사] 세법 용어 유감

몇 년간의 준비를 거쳐 최근 ‘도산과 지방세’(삼일인포마인, 2021년)를 출간했다.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한 여러 법원에서 파산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쌓은 도산 실무 경험, 한국지방세연구원에서의 조세(지방세) 강의 및 서울특별시 지방세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지방세 심판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집필하는 동안 세법에 사용하는 몇 가지 용어가 잘못 사용되거나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용어는 그 자체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쉬운 법을 만들 수 있다.

‘법인세’라는 용어는 적절한가. 법인세는 법인의 사업 연도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소득’에 대한 세금인데도 법인세라고 하고 있다. 법인세는 ‘법인’에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는 용어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소득세는 ‘개인(거주자나 비거주자)’의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소득세는 소득에 과세하는 세금이라는 의미는 들어 있지만 ‘개인’의 소득에 대한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지 않다. 결국 법인세는 법인소득세, 소득세는 개인소득세라는 용어가 적절하다. 법인소득세는 법인의 소득에 대한 세금이라는 의미가 용어 자체에 잘 드러나 있다. 법인격이 없는 단체도 법인세를 납부한다는 점에서 기업소득세라고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개인소득세도 개인의 소득에 대한 세금이라는 의미가 용어 자체에 들어 있다.

참고로 중국은 기업소득세와 개인소득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방세법이 개인에 대한 지방소득세를 개인지방소득세, 법인에 대한 지방소득세를 법인지방소득세라고 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양도소득세’라는 용어는 어떤가. 양도소득세라는 세금(세목)이 없는데도 언론이나 실무가 사이에, 심지어 책 제목에도 양도소득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등의 양도로 인해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양도소득세는 양도로 인한 ‘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소득세(법인세)의 일종이다. 양도소득세라는 용어는 양도소득세를 거래세로 잘못 인식하게 하기도 한다. 언론은 물론 일부 조세전문가조차도 거래세의 대표적인 것으로 양도소득세를 언급한다. 다시 말하지만 양도소득세는 소득세(법인세)다. 부동산 등을 양도함으로써 얻은 소득에 과세하는 세금으로, 거래세가 아니다. 거래세의 대표적인 것이 취득세다.

‘조세범 처벌법’이라는 용어 역시 문제가 있다. 조세범 처벌법은 ‘국세’에 관한 세법을 위반한 자에 대한 형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국세에 관한 세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의 건전한 납세의식을 확립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여기서 조세는 관세를 제외한 ‘국세’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조세는 국세(관세 포함)와 지방세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세범 처벌법’은 관세를 포함한 국세는 물론 지방세에 관한 처벌 규정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세범 처벌법은 ‘국세’에 관한 세법을 위반한 자에 대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지방세에 관한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지방세기본법에서, 관세에 관한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관세법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결국 조세범 처벌법은 ‘조세’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혼선을 주고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조세범 처벌법에 지방세와 관세에 관한 처벌 규정을 모두 규정하든지, 아니면 ‘국세범 처벌법’이라는 용어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

세법은 그 어떤 법보다도 복잡하다. 경제상황을 반영한 정책적인 법이라는 세법 고유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국민(납세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입법자나 집행자의 시각에서만 용어를 만든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세무행정이 되려면 용어부터 쉽고 정확하게 고쳐야 한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