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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건조정위·필리버스터도 거여(巨與) 못막는다…대책없는 국민의힘
‘범여권 4명’ 안건조정위, 공수처법·경제3법 통과
필리버스터 예고하자 임시국회 소집…與 ‘실력행사’
野, 철야농성 등 뒤늦게 강경투쟁…“전략없이 휘둘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거여(巨與)의 입법독주가 또다시 현실화했지만, 제1야당이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실적인 의석수 격차를 감안하더라도 지난 7월 임대차3법 통과 당시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 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을 통과시키려는 여당에 맞서 안건조정위원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사실상 효과는 미미하다. 국회 내 철야농성을 시작하는 등 뒤늦게 강경투쟁 모드에 돌입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민주당의) 무도함을 끝내 막아내지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이 법들이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고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얼마나 무도한지 알리기 위해 무슨 절차든 포기하지 않고 들어가서 따지고 알리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법제사법위원회 등 회의장 복도에서 항의농성을 진행했다. 전날 저녁 8시부터는 상임위별로 조를 편성해 철야농성을 하는가 하면, 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도 검토 중이다.

7일 밤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금융그룹 감독법, 공정거래법' 등 안건 변경 상정에 대한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손을 들어 찬성하는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하고 있다.[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법사위와 정무위에서 각각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었다. 안건조정위에서는 공수처법과 상법,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 사회적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사참위법) 쟁점법안이 차례로 통과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회부를 통해 시간을 벌 계획이었으나, 민주당의 ‘표결 전략’에 막혔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이 있을 때 재적위원 3분의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되며 최장 90일까지 안건을 심의할 수 있다. 안건조정위원은 여야 동수로 총 6명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비교섭단체 1명이다.

문제는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지명하는 ‘비교섭단체 1명’이다. 공수처법과 상법을 처리하는 법사위는 ‘비교섭단체 1명’ 몫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공정거래법과 사참위법을 담당하는 정무위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을 지명했다. 사실상 범여권 4명, 야권 2명인 셈이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은 3분의2(4명) 이상 찬성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필리버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법상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있다. 민주당이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과 손잡으면 필리버스터는 끝나는 셈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예고하자, 정기국회 본회의 다음날인 10일 임시국회를 소집한 상태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다가 회기가 끝나는 경우 다음 회기에서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시도에 반대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한 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상황이 이렇자 국민의힘 당내서는 “여당의 화전양면전술에 순진하게 당했다”, “전략 없이 휘둘리기만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놓고 “우리끼리 싸울 때냐”는 쓴소리도 있다. 심지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쇼잉(showing, 보여주기)일 뿐”이라는 조롱을 내놓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일정 보이콧’, ‘장외투쟁’ 등을 거론하면서도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쟁점 법안을 내일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 곳곳에서 무리와 폭거를 자행할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비판하고 저지할 것”이라면서도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 외엔 더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필리버스터든 보이콧이든 법이 허용하는 모든 범위 안에서 여당의 입법독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의석수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민주당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정기국회 내 강행처리’를 공언한 만큼, 이에 대응할 효과적인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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