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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변의 10대…그런 딸을 보는 엄마의 시선
리만머핀 서울, 샹탈 조페 개인전
Chantal Joffe, Esme, 2020, Oil on canvas, 180 x 120 cm ⓒChantal Joff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리만머핀 서울 제공]

품안에 쏙 들어오던 ‘천사’같은 아이가 벌써 10대가 됐다. 격변의 사춘기에 혼란스러운 건 본인만이 아니다. 그를 바라보는 엄마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엄마 눈에는 자녀가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도, 사고를 쳐도, 예뻐보인다.

미국에서 태어나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샹탈 조페는 패션모델, 주변인물, 문학작품 속 주인공 등 다양한 인물 초상을 주로 그려왔다. 2004년 딸 에스메를 낳고는 그를 모델로 한 다수의 초상화를 선보였다.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담은 것이다. 딸은 빠르게 컸다. 이제는 불안하고 거친 눈 빛과 꿈꾸는 표정을 가진 10대다. 딸이 성장하면서 그의 친구들도 만나게 됐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리만머핀 서울에서는 10대들의 풍부한 표정을 담은 전시 ‘틴에이저스’(Teenagers)가 열리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10대의 모습을 화가인 엄마가 포착한 작품들이 나왔다.

10대들 특유의 표정과 포즈, 그리고 자신들끼리 비밀을 교환하는 듯한 눈 빛이 적나라하다. 하루가 너무 길어 지루하고, 날마다 하는 공부가 지겹다. 그러면서도 친구들 사이엔 묘한 친밀함과 긴장감이 흐른다. 3미터 높이로 전시장 1층에 가장 큰 작품인 에스메의 전신상은 반항적 눈 빛이 인상적이다. 이미 껑충 키가 커버린 그를 묘사하기 위해 아래서 올려다 보듯 구도를 잡은 것도 신선하다. 그러나 에스메는 위협적이지 않다. 쏘아보는 눈 빛 뒤 불안함과 외로움이 겹쳐진다. 무관심하고, 무관심을 원하지만 정작 그가 원하는 것은 일정한 거리다.

작가는 “회화는 대상을 발견하는 과정”이라며 10대들의 순간순간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같은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사람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은 한없이 너그럽기만하다.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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