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관리와 전문가 도움 필요
김성길 SC제일은행 신탁부 부장
김성길 SC제일은행 신탁부 부장 |
실질적인 노후의 기준은 70세로 봐야
‘재수없으면 120살까지 산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오래 사는 것은 모두 바람이지만 적절히 준비하지 못한다면 긴 수명은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 있다. 노후의 프리미어 에이지(Premier Age)를 위한 자금마련은 은퇴를 앞둔 세대 뿐 아니라 40대 이전 세대에도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됐다. 그렇다면 노후는 언제부터일까? 이 시기를 기준으로 건강상태나 자산관리방법 등 삶의 패턴이 크게 변화될 수 있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현재 노인의 기준 나이는 만 65세다. 1964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당시 도입한 것으로 만 65세가 넘으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인으로 분류돼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대법원 역시 2019년 2월 판례에서 ‘일을 해서 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최후 연령인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보고 있다. 기존 입장인 60세에서 5년을 더 올린 셈이다.
마지막으로 2018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기대수명은 남자 79.7세, 여성 85.7세로 평균 82.7세 수준이다. 2018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서울 시민 3034명의 설문조사의 노인 기준연령은 72.5세였다. 다만 은퇴가 노후를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핫한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를 보면 실질적인 노후로 볼 수 시기는 은퇴 이후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는 지나야 되지 않을까? 이를 종합해 볼 때 실질적인 노후의 기준은 70세로 보는게 적절하다.
노후자산관리도 더 세분화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우리는 은퇴 이후 25년 이상 살아야 한다. 이에 은퇴 이전의 자산증식플랜을 5년에서 10년 정도는 늘려야 할 상황이다.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자금확보를 위해 단계를 세분화하고 증식에서 관리로 넘어가는 시점도 늦출 필요가 있다. 수입이 유지되는 은퇴 이전이라면 ‘적극적 자산증식’에,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 자산전환’보다는 ‘선택적 자산증식’을 병행 할 필요가 있다. 노후 이후에는 예금이나 원화 단기채권 등으로 전환해 ‘안정적 관리’에 주력한다. 나이가 드는 것이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처럼 노후자산관리 역시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기본기를 먼저 갖추자: 은퇴 이후 현금흐름 확보 먼저
노후자산을 준비할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각종 연금보험(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해 안정적인 현금흐름(Cash-Flow)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면 생활비 이외의 지출을 고려할 수조차 없다. 은퇴 이후의 매월 현금흐름을 계산해보고 부족하다면 이것부터 채워야 한다.
노후 진입 전 자산증식에는 자산배분과 변동성 관리가 중요하다.
자산증식에 자산배분과 변동성관리는 필수다. 자산배분은 주식과 채권, 대안투자 및 현금에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비중을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인 투자성과의 90% 이상이 전략적 자산배분에 기인한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중장기적인 노후자산증식에도 적용된다. 변동성은 자산의 가격이나 가치가 시간 흐름에 따라 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인데 자산증식을 위해 투자자산을 편입할 경우 변동성 수준은 노후자산증식의 방향과 속도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비전문가인 개인이 전략적 자산배분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국민의 노후자산을 준비하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기준이라면 참고할 만하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따르면 2021~2025년 중기 자산배분을 주식 50%, 채권 35%, 대체투자 15%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1988년 이후 2020년 5월까지 국민연금의 연 평균 수익률이 5.29% 수준임을 보면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전략은 꽤 괜찮았다고 볼 수 있다. 매년 5%정도 수익률로 20년을 운용하면 1억을 2.5억까지 불릴 수 있으니 말이다. 시장상황 및 단기 전망에 따른 국내외 자산간 전술적 비중전략도 국민연금 기금 운용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참고할 수 있으니 전략적 자산배분이 어렵다면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식자산의 변동성관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변동성 관리가 중요한 이유를 보면, 10% 손실은 11.1% 수익으로 원금회복이 되지만 20% 손실은 25% 수익으로, 40% 손실은 66% 수익이 나야 원금이 된다. 투자수익률이 일 복리인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변동성 수준을 적절하게 관리 혹은 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정적인 것만 찾아서 낮은 변동성 상품만 편입해서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주가지수 추종 상품들이다. 주가지수의 긴 역사를 보면 시기별 등락은 있었으나 지속적인 상승 모습을 보여왔고 다른 주식형 투자상품 대비 변동성도 크게 높지 않다. 오랜 기간 많은 데이터도 축적되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많은 투자자가 투자성과기준지표로 시장지수를 많이 참고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면 한국에 투자할 경우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이 같은 지수추종형 상품을 먼저 편입하고 투자자의 위험성향에 따라 이보다 변동성이 더 높은 상품을 추가 편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극적 자산증식이라면 업종 배분과 주식 선택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를 활용해 변동성을 주가지수의 120% 내외 수준까지 높이는 것이다. 선택적 자산증식이라면 주가지수만으로도 충분하다. 노후자산증식 수준의 단계적 이동에 따라 줄어든 주식비중을 바로 채권자산으로 이동하지 않고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활용하면 변동성 축소에 따른 기대수익률의 급격한 하락을 완화시킬 수 있다.
채권은 달러개별채권 편입으로 수익보다는 안정성, 현금도 일정부분 필요
자산배분에서 채권자산은 미 달러화(USD)로 발행된 우량 투자등급이상의 해외채권을 편입하는 것이 좋다. 채권 자산 비중 확보를 통해 전체적인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특히 미 달러의 경우 한국 주식과 역의 상관관계가 있어 변동성 관리에 중요하다. 따라서 미 달러표시 우량채권은 중장기적으로 주식자산을 운용하고자 하는 경우 반드시 편입해야 할 자산이다. 일부 비중은 현금으로 남겨둘 수 있다. 주식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추가 매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누구나 노후생활이 인생의 최고 시기가 되길 원한다. 그러나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원하는 바를 실현할 수 없다. 은퇴 이후 필요한 기본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 이후, 여유가 있으면 자산배분계획부터 수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