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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인재…스프링클러 없고 비상구 못 찾아 주민 참변
2일 찾은 화재 현장은 처참한 모습
대피 장소 찾기 쉽지 않아
일부 주민 옥상문 잠겨 있었다 주장
1일 오후 4시 37분께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에 의해 30여분만에 꺼졌다. 소방당국은 이 불로 현재까지 5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진은 화재 현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군포)주소현 기자]4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경기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화재가 인재(災)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옥상으로 가는 출입구가 잠겨 있는 등 대피 장소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소방당국의 화재대응이 미흡했다고도 주장했다.

2일 찾은 경기 군포시 산본동 백두한양9단지 아파트 화재 현장. 화재가 발생한 12층은 ‘펑’ 소리가 세 번 연달아 들렸다는 주민들의 증언대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집 바로 옆집도 안방까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13층부터 15층의 집 내부에는 타지 않았으나 옥상으로 연결되는 16~17층 출입문들은 검게 변해 있었다. 이 아파트는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한 주민 A(35·여)씨와 B(51·여)씨는 엘리베이터 권상기실(엘리베이터의 도르래 등 부속 기계가 있는 공간) 앞에서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구조대가 도착했을 당시 주민 두분이 옥상으로 가는 출입구를 지나쳐 엘리베이터 권상기실 앞에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는 15층까지 한층에 2가구씩 있고 16층에는 엘리베이터 왼편에 옥상 출입구, 오른편은 기계실이다. 한층 더 올라가면 엘리베이터 권상기실과 물탱크로 연결되는 사다리가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평소 옥상으로 가는 출입구가 잠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해당 아파트의 옥상으로 가는 출입구 문은 자동으로 열리는 반면 맞은편에 있는 기계실 문과 한층 위에 있는 엘리베이터 권상기실 문은 잠겨 있었다. 옥상 출입구 역시 도어락이 달린 문을 열고 나간 뒤 한번 더 문을 열고 나가야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자동개폐 장치가 작동하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복수의 경비원들은 “지난 주에 바로 소방점검을 했고 매일 자동개폐 장치에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해 일지를 작성한다”며 “평소에는 문이 잠겨 있더라도 화재가 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마음에 해당 동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은 밖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에 돌아왔다. 이날 7시에 화재가 난 동 앞에서 마주친 주민 2명은 "저층에 거주해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불안해 밖에서 자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9층에 거주하는 C(38)씨도 "불안해서 밖에서 자고 아이들 학교 갈 준비를 하러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소방당국과 아파트의 화재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C씨는 “펑 소리가 세 번 연달아 들렸는데 화재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창 밖으로 보이는 사다리차가 넘어진 건가 했다가 창 밖을 내다보고 연기를 발견하고 나서야 계단으로 내려와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다른 동에 산다는 30대 주민 D씨도 “소방차가 너무 늦게 오지 않았느냐. 살수차가 한참 뒤에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창호 교체를 위해 아래에서 대기하던 사다리차 업체에 의해 12층과 15층 주민 3명이 구출됐다. 사다리차 업체 대표 한상훈 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스카이차가 불을 끄고 있어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어려워 보여 이웃에 사는 여성을 대피시켰다”며 “이후 차를 더 아파트에 가까이 대 15층에 있던 아이 두명을 구출했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화재가 나기 전부터 대기하고 있어 소방 스카이차가 전개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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