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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독성예측 연구 주력해야

‘미래의 일을 알 수 있는 능력’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꿈꾼 초능력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알게 돼 대비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의 작지만 큰 바람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미래 정보를 접하는 건 일기예보다. 틀린 예보는 추위에 떨거나 비를 흠뻑 맞게 되는 것과 같은 일상의 에피소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독성을 예측한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웃고 넘기는 얘기가 아닌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그 무게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가 국민건강을 극도로 위협한 사건이 발생했다. 독성예측 연구를 하는 과학자로서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너무 늦은 시점이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는 2014년부터 빅이슈 과제로 ‘BIT 융합 인체독성 예측 플랫폼’ 개발을 수행했다. BIT는 BT와 IT가 합쳐진 말로, 사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물·화학물질 부작용을 미리 알려주는 기반을 마련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연구는 세 가지 기술요소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로 in vivo 실험은 제브라피시와 초소형 in vivo 모델인 물벼룩이 대상인데, 제브라피시는 사람과 유전자가 70~80%가 유사하며, 유전자 조작이 쉬운 편이라 활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벼룩은 몸 크기가 2mm 내외로 아주 작으며, 연못이나 고인 물에서 쉽게 발견된다. 그동안 주로 환경독성 분야에서 활약해오던 생물종인데 최근 단순한 구조와, 사람과 유사한 간 대사효소가 발견되면서 약효나 독성을 걸러낼 수 있는 생물로 주목을 받는다. 크기도 작고 투명해 배양이나 분자생물학적인 반응을 관찰하기가 매우 쉽다. 현재 ‘BIT 융합 인체독성 예측 플랫폼’ 과제로 두 생물의 장점을 활용해 간특이적 유전자를 발현하는 형질전환 동물모델을 개발 중이다. 위 두 가지 생물이 동물윤리 문제를 극복하고 인체독성 반응을 미리 확인하는 방법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는 in vitro(세포배양)다. 세포 배양은 생체실험보다 비교적 쉽게 이뤄진다. 연구과제에서 사용되는 세포는 기존 간 독성연구에 널리 사용되는 간세포보다 약물대사효소가 인체와 유사하게 발현돼 있는 세포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간 독성물질을 걸러내는 기술 개발과 독성기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활용하는 in silico 분야다. 포스트 지놈 시대에 걸맞게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컴퓨터를 활용해 분석하고 있다. 생물정보학의 발달과 함께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고 그동안 놓쳤던 정보와 중요 정보의 발굴, 재구성이 가능해졌다. 분자결합 에너지를 계산해 화학물질과 몸속 분자의 결합 정도를 예상하는 방법을 연구과제에 적용하고 있다.

‘BIT 융합 인체독성 예측 플랫폼’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다양한 데이터의 통합이다. 서로 다른 실험계에서 생산된 데이터들을 간 독성을 예측하는 하나의 목표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다. 독성을 완벽하게 예측한다는 것이 당장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쏟아지는 화학물질 속에서 위험도가 높은 것을 골라내 독성평가 대상 우선순위에 올리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미래에는 우리에게 가습기살균제 사고와 같은 재앙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예측독성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길 기대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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