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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븐]“‘먹고사니즘’ 걱정 않던 86-97세대 부러워…지금 정치엔 청년이 없다”
조은주·박성민·강민진 3당 청년정치인이 말하는 한국정치
“가치의 권위적 배분? 거기에 청년은 없다”
“45%가 법조인 출신…국회 다양성 부재”
“97세대와 다른 우리…먹고사니즘 해결 안 돼”
“청년정치 성과 내려면 시간 필요…기다려야”
최근 헤럴드경제 본사 헤럴드스퀘어에서 각 정당을 대표하는 청년정치인들과 대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박성민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 조은주 민주당 청년대변인, 그리고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헤븐)=홍승희 기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이라고 정의했지만, 한국에선 그 권위에 청년은 없다.”

한 정치인은 청년정치의 현실을 이같이 표현했다. 청년이 현실 장벽에 부딪혀 정치에 진입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청년들의 ‘진짜 목소리’는 반영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후암로 본사 ‘헤럴드스퀘어’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청년당원들이 마주하고 앉았다. ‘자격증 열공’ 민주당원, ‘상경계획 TK’ 국민의힘 당원, ‘탈학교 비정상 청년’ 정의당원까지. 타이틀부터 심상치 않은 세 인물은 출신도, ‘공정’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 달랐다. 다만, 이들을 하나로 뭉치는 의제가 있었으니, 바로 ‘청년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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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인에 ‘자격’·‘전문성’ 요구하는 정치권…청년은 청년이 제일 잘 안다”

세 청년정치인은 입을 모아 정치가 청년을 잘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은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청년은 정치에서 과소대표 돼 있다”며 “실제로 국회가 국민의 삶과 얼마나 닮아있나 따져봤을 때 국회의원은 모두 변호사 출신이나 고위 관료 출신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삶을 감각하는 것이 국회의 기능으로 봤을 때, 구성원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박성민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은 “우리 정당이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이라는 사족을 달고 조 대변인과 같은 생각을 이야기했다. 박 위원장은 “전국으로 따졌을 땐 법조인이 0%대이지만, 국회에서는 45% 정도 과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들이 나머지 55%의 몫까지 대변해야 하는 한계가 있고, 그기 기득권 엘리트층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헤븐]팀이 다양한 지역·학력·직업의 18~39세 남녀 72명에게 ‘우리나라 정치인은 귀하가 속한 세대의 의견을 잘 수렴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80%의 가까운 청년들이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반면 동의한다고 밝힌 사람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이는 청년 정치인이 정치권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창준위원장)은 “청년들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청년들이고, 마찬가지로 여성이나 노동자,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국회여야 한다”며 “하지만 청년들이 의회에서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기타 정치영역에 뛰어들 때 자꾸 ‘전문성’을 의심받는 경우들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어떤 자격이나 전문성을 요구하기보다 진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걸 국민들도 더 넓은 마음으로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제의회연맹(IPU)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만 30세 미만 청년의원의 비율은 거의 0%에 수렴한다. 21대 국회에서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유일하다. 노르웨이에선 그 비율이 13.61%에 달하는 것과 매우 상반된 모습이다.

“‘먹고사니즘’ 해결 않고는 정치하기 어려워…우린 86·97세대와 다르다”

청년들이 정치에 진입하기 힘든 근본적 이유는 뭘까. 가장 먼저 나온 답은 우리 정치판이 ‘고비용 구조’라는 것이었다.

조은주 대변인은 “부모로부터 자산을 이전 받거나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고는 실제 정치 참여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우리들끼리는 ‘먹고사니즘’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항상 고민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이미 가지고 있고, 이번에 전기기술사를 딸까, 조경기능사를 딸까 고민이다(웃음)”라고 했다.

강민진 위원장은 흔히 말하는 86세대(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1960년대에 출생한 세대)와 97세대(199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1970년대에 출생한 세대) 선배 정치인들과 청년 정치인들은 다를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설명했다. 그는 “선배 세대들은 학생운동 이후로 이어온 네트워크가 있다. 예를들면 ‘나는 계속 운동을 못하지만 너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니까 내가 널 후원해줄께’라는 식이다. 우리 청년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진보정당 정치인들을 지탱해온 정치 구조가 지금의 진보정당 청년세대에겐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박성민 위원장은 보수 정당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그런 이념이나 세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지 않고 그저 의석 수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정도”라며 “청년을 제외하고 원내 의원끼리만 모임이 이뤄지는게 아쉽다. 우리가 아무리 코로나19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을 끌어 안아야 한다고 말해도 청년들의 의견을 수용하진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청년정치인에게 ‘지지층 모아오라’는 기성 정치인…시간 주고 기다려달라”

그럼에도 현실에 굴하지 않고 청년정치 영역을 개척하는 주인공이 바로 이들이다. [헤븐]팀 취재 결과, 청년들은 각 정당 내 ‘청년 조직’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각 정당 내에 청년 조직이 따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72명 중 53명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 없다’는 사람은 3명뿐이었다.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청년당의 역할을 묻는 설문조사에는 ‘청년 구직 활동 지원 정책 활성화’가 31.9%로 가장 많았으며 ‘청년 주거 및 주택시장 안정화’가 26.4%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취업과 주거, 두 문제가 청년들 사이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연초에 전국청년당 창당대회를 마쳤고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각각 ‘청년의힘’과 ‘청년정의당’ 창당을 준비중이다.

조 대변인은 민주당이 청년당 창당을 이룰 수 있기까지 많은 청년 정치인의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해영·박주민·김병관 전·현직 의원들이 청년들이 무언가에 도전한다고 할 때 자금을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해주셨다. 21대 국회에 진입한 장경태·전용기 의원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에서도 청년들은 무시하지 못할만큼 큰 규모가 됐다. 31만명의 청년당원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아직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국민의힘 청년당원은 3만~5만명 규모밖에 되지 않는다”며 “지금 국민의힘은 청년위원회가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할 때마다 결재를 받아야 하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당은 기다려주지 않고 청년정치인들의 성과를 강조한다”며 “몇 달 안에 ‘조직을 모아오라’는 식이라 답답하다. 보수 정당의 기성 세대 때문에 떠난 지지층을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모아오라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믿고 기다리면, 청년 정치는 분명 두드러지게 돼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도 제시됐다. 조 대변인은 “청년을 움직이는 3박자는 권한, 역할 그리고 기다림”이라며 “그런데 기성 세대 정치인들이 이걸 모르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1~2년 동안 자율적 권한과 역할을 주고 기다린다면 다 돌아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Heav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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