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배냇저고리,벽시계...‘응답하라’ 같아서, 평범해서, 더 감동
국립민속博 ‘기억의 공유’ 일반 국민 기증자료展
평범한 기억,흔적이 특별한 의미로 공유되는 시간
BTS 신곡 중 ‘내 방을 여행하는 방법’ 닮은 전시회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수십년 우리 생활문화의 채취와 추억이 깃든 세간살이와 기념물이 우리 국민들에 의해 속속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되고 있다.

배냇저고리, 할아버지 시계, 야학생 출석부 등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처럼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멀지 않은 과거, 나와 어머니와 이웃들의 ‘얼’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내 생활 또는 나와 비슷한 생활문화의 흔적이 있는 기증품에서 느끼는 감동은 마치 BTS의 신곡 ‘내 방을 여행하는 방법’ 비슷한 느꺼움과 심미안을 제공한다. 만주·간도 일대에 살던 때 쓰다가 가져온 옥수수탈립기는 이채롭다.

도경재 기증 〈4형제가 함께 입은 배냇저고리〉
전경수 기증 〈할아버지의 애틋함이 담긴 애기구덕〉
서춘식·서승현 기증 〈마을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한 벽시계〉

도경재씨가 기증 배냇저고리는 ‘4형제가 함께 입은 배냇저고리’로 특별하다. 1954년, 서울시 성북구 명륜동에서 살림을 시작한 기증자의 어머니(채옥순 1931년생)는 큰아들 출산을 준비하며 정성껏 손바느질로 배냇저고리를 만들었다.

한국전쟁 이후 물자가 귀하던 시절, 둘째 아들(1959년생), 셋째 아들(1962년생), 막내아들(1966년생)까지 4형제 모두가 이 배냇저고리를 돌려 입는 동안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낡은 배냇저고리에는 4형제의 건강과 무탈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다.

이종철씨가 기증한 태권도 도복에는 젊은 날의 우정과 정직한 땀이 담겨있다. 이 도복은 1962년부터 1970년까지 서울대 태권도 동호회 '권우회(拳友會)'에서 수련하며 입던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전 관장인 기증자는 학창시절부터 박물관 재직시기를 거쳐 현재까지도 태권도를 통해 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있다. 이 도복에는 정의, 노력, 우정 등 그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담겨있다.

심원섭 기증 〈배움을 나누었던 할아버지의 야학부夜學簿〉
이종철 기증 〈땀, 정의, 노력, 우정이 담긴 젊은날의 태권도 도복〉
백승룡 기증 〈길림성에서 사용하던 옥수수탈립기〉

심원섭씨의 야학부(夜學簿)에는 특히 ‘나눔의 가치’가 돋보인다. 기증자의 할아버지(고故 심진택, 1915년생)는 일제강점기 충청남도 부여군 장암면 정암리 맛바위마을에서 배울 기회가 없었던 주민들을 위해 농한기에 야학을 운영하며 한글을 가르쳤다.

이 야학부는 1939년 12월부터 1940년까지 정암야학회에 대한 기록으로 일제강점기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한글을 지키려는 귀한 마음이 간직되어 있다. 야학은 1990년대까지 청년의 소외층 재능나눔 상징으로 면면히 이어졌다. 하층민이 지식을 익히고 깨어나는 것이 싫었던 일부 지배층은 야학세력을 탄압하기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국민의 기증으로 진행외는 ‘기억의 공유, 2020년 기증자료전’을 오는 25일부터 2021년 10월 18일 까지 상설전시3관 기증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는 그 4형제의 배냇저고리 등 90건이 출품된다.

2019년에는 모두 61명의 기증자가 소중한 자료 1230건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였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간직한 기증품들은 2020년 전시를 통해 특별한 의미로 거듭나고 있다.

이상억 기증 〈부모님의 백년해로가 담긴 시경詩經 관저關雎 자수 액자〉
백국빈 기증 〈조선시대 통역전문기관의 운영서, 통문관안通文館案〉

1964년 첫 기증을 시작으로 60년 가까이 총 1311명이 5만3151건의 자료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수증은 시대나 특정 품목을 국한하지 않고, 자료에 담긴 개인의 기억과 자료가 사용되었던 맥락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박물관은 개인의 삶의 흔적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공간으로 한층 친근하게 다가서기를 희망하고, 이러한 소장품이 훗날 당시의 생활문화를 상세하게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전시는 기증품에 담긴 사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일상을 함께 하고’에는 사람의 성장, 살림살이 등 일상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전시한다. ‘2부 즐거움을 나누고’에는 지친 일상을 일으켜 줄 운동과 관련된 자료를 모았다. ‘3부 기억을 간직하다’에는 추억이 남아있는 근현대의 다양한 기억과 기록의 과정, 이를 소중하게 간직한 실생활 자료들로 꾸며졌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