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바이든 앞에 ‘지구를 구하라’ 명세서
美 GDP 21조달러…세계 1위에도
트럼프정부 부채율 증가 80% 넘겨
역대 최악 실업률 7.9%도 당면과제

‘다자주의 재개’ 희망 담은 글부터
미래 위해 ‘美 전략 변경’ 요구까지
싱크탱크들마다 ‘우선순위’ 앞다퉈

하는 일마다 트럼프와 비교 불가피
‘미국의 귀환’을 알려라…SOS 특명

물려받은 유산(遺産)은 예전만 못한데 이곳저곳 돈 쓰고 이웃의 일까지 돌보겠다고 공언한 처지다.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곧바로 실전에 임해야 하는 조셉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상황이다. 집권에만 성공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리라 기대한 쪽도 많았고, 여전히 그런 바람은 유효하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꿰뚫어 훈수를 두려는 각종 두뇌집단(싱크탱크)이 선정한 ‘우선순위 명세서’를 바이든 당선인에게 내밀고 있다.

그야말로 지구를 구하라는 요청이다. 11·3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굳이 비교하자면 ‘미국의 귀환’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SOS다.

긴급성을 구현할 민첩한 행동이 중요한데, 집안 단속도 여의치 않은 국면이다. 정실(情實)인사가 아닌 각 분야 전문가로 꾸려질 ‘바이든 특공대’의 임무 완수 여부를 논하기엔 너무 이르기에 이들에게 쏟아지는 요구와 전망 가운데 관심이 가는 대목을 추린다.

만만치 않은 미국의 속사정

썩어도 준치다. 그들의 정신·문화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막강한 경제력은 미국을 최강대국으로 굳건히 해 온 요인이었다. 당장 지난해 국내총생산(GDP)만으로도 설명이 된다. 세계은행(WB) 등에 따르면 미국의 GDP는 21조4300억달러였다. 지구촌 전체의 24%를 넘는다. 많이 컸다고 하는 중국이 14조34000억달러(16.34%)다. 일본이 그 다음으로 5조800억달러(5.79%)다. 독일은 3조8500억달러(4.38%)로 세계 4위에 올라있다. 한국은 1조6400억달러(1.87%)로 12위다.

미국은 대체 불가한 큰 축이지만, 이런 전성기가 무기한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경고등은 내부에서 이미 점멸 중이다. 미 예산관리국·인구조사국·노동통계국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닿을 수 있는 추론이다. 냉정히 보면, 바이든 당선인은 빚더미 위에 어정쩡하게 앉은 채로 시작한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80.5%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았을 땐 이 수치가 76.4%였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흐름을 살펴보면, 집권 세력이 어디냐에 따라 숫자가 들쭉날쭉하지만 분명한 건 바이든 당선인이 가장 좋지 않은 출발선에 서 있다는 점이다.

기축통화국이어서 내키는대로 달러를 찍기 때문에 표시도 나지 않고, 두려움도 덜하겠지만 지속가능성에 의문부호를 찍어도 무리는 아니다.

‘두 얼굴의 미국’을 특징짓는 부(富)의 쏠림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상위 1%가 미국 국가 소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5%인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주식회사 미국호(號)의 키를 쥐게 됐다. 그가 중산층·근로자를 더 배려하겠다는 대의에서 증세를 공약했지만 행정부와 의회가 합심할 수 없는 지형이다. 향후 험로는 불보듯 뻔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나쁜 실업률(7.9%)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녹록지 않는 처지임에도 사실상 세계질서를 다시 이끌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견줘 가장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이긴 하다.

“세계는 월마트가 아니다…과거를 회복하려 말라”

커말 더비스 전 터키 재무장관은 ‘바이든,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최근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낸 글에서 “바이든의 다자주의 재개가 강대국간 분열된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와 바이든간 중대한 차이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도 이런 기대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대세는 환영이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디스먼 외교·국방 전문가는 미 대선 승자가 바이든 당선인으로 거의 확정되자 ‘포스트 트럼프 세계를 위한 새로운 미국의 전략 우선순위 설정’이라는 제목을 칼럼을 냈다. 국방부·국무부 등을 두루 섭렵한 81세의 이 백전노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급부상한 2016년과 전혀 다른 세계를 바이든 행정부가 맞아야 한다며 몇가지 조언을 했다. 핵심은 ‘미국의 가치로 돌아가자’다. 인권·민주주의·법치다. 무너진 신뢰를 이 지점부터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를 회복하려 하지 말고, 미래에 맞추기 위해 미국의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식 거래적 관계를 기초로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세계는 월마트가 아니다”라며 “가능한 한 최대로 할인을 해주는 파트너에게 가장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식의 전략적 관계를 형성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동맹과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선 상호 이익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의도하지 않아도 점진적으로 중국·러시아와는 경쟁보다 대치하는 쪽으로 갈 걸로 봤다. 미국의 무역구조·국방계획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결국 관건은 직접적인 대치를 하지 않고 어떻게 경쟁을 하느냐인데, 중국·러시아에 경쟁과 협력의 공정한 형태를 미국이 제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치에만 초점을 맞추고 유인책은 없었다면서다.

북한과 이란 문제도 그들의 도전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엄포를 놓는 것 없이 효과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채찍만 있고 당근이 없으면 전략적 성공으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G20 정상회의 조기개최 요청해야”

CSIS의 마크 소벨 선임고문과 매튜 굿맨 선임부대표는 바이든 당선인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부터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년도 G20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후원을 얻어 2021년초 로마에서 긴급 정상회의 소집을 요구하라는 것이다. ‘2019년의 기억 되살리기’쯤 된다.

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암흑의 한복판에서 첫 해외 순방지로 영국 런던을 택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세계경제를 재가동하기 위한 대담한 액션플랜이 공표됐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현재, 글로벌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최악의 경제붕괴에 직면한 상태라는 점을 소벨 선임고문은 상기시켰다. 이 시점에 미국의 새 대통령이 G20를 주도해야 ‘미국이 돌아왔다’는 걸 각인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G20을 위한 글로벌 재정 어젠다를 즉시 제시하고, 미국·독일이 중심이 돼 고위급 전문가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G20은 저소득국가에 대한 대출을 3배 늘릴 수 있는 IMF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고, 미국은 이를 위해 10억달러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썼다. 소벨 선임고문은 이와 함께 조기 개최하는 G20 정상회의에선 글로벌 무역의 틀을 상당히 약화시킨 보호주의 대신 무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지켜보고 있다…그밖의 조언들

무역분야 전문가인 윌리엄 앨런 라인치 CSIS 선임고문은 바이든 당선인이 하는 일은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비교될 거라고 예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을 기억하는 드문 대통령이었던 데다 백악관을 떠나서도 공화당에 대한 강한 장악력을 시도해 바이든 당선인이 하는 모든 걸 비판할 것이라고 봤다. 라인치 고문은 둘은 여러 대목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지만, 중국에 대해선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일방적인 관세 부과 형태가 아닌 연합·협상을 통해 중국과 거래를 할 걸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둘 다 ‘미국 상품 구매(바이 아메리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유럽연합과 캐나다를 자극할 수 있다고 라인치 고문은 분석했다.

이밖에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페터슨국제경제연구소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이자 역대 78번째 재무부 수장이 될 사람이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것을 메모 형태로 제시하기도 했다.

서머스 교수는 주요 국가간 국제적 경제 외교가 중요하다는 공통된 기대를 복원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또 이전과 다른 거시 경제적 정책 도전의 본질에 대해 전세계 차원의 컨센서스(합의)를 구축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 경제팀의 리더로서 행정부의 국제 경제 정책이 다른 국가에 수혜를 베푸는 행동이 아니라는 공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서머스 교수는 “재무장관의 신뢰가 국가적, 세계적 핵심 자산”이라며 “어떤 대단한 압력이 있더라도 의심스럽고, 순간적이고, 정치적인 어젠다에 신뢰를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무장관에게도, 그런 인물을 물색해 기용해야 할 바이든 당선인에게도 쉽지 않은 숙제다. 홍성원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