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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어린이보호구역 중 10%만 ‘무인단속기’ 설치…무늬만 ‘스쿨존’
10월 기준 올해 설치 목표 무인단속기 중 35%·신호등 10%만 설치
“이해관계·예산문제·조세저항 등 얽혀 쉽지 않아…안전에 우선 둘 것”
지난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횡단보도에서 2살 어린아이가 숨지는 등 3명의 사상자를 낸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이 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17일 있었던 ‘광주 스쿨존 참사’의 원인중 하나로 무인단속카메라, 신호등 등 안전 시설 미비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무인단속기가 설치된 어린이보호구역이 전체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산 문제, 주민들의 이해관계, 조세 저항 등이 얽혀 있어 당국은 단속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어린이보호구역 시설 개선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민식이법’ 시행으로 처벌이 강화됐지만 무늬뿐인 ‘스쿨존’이 되고 있는 셈이다.

19일 경찰청이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쿨존으로 지정된 전국 1만6900곳에 설치된 무인단속카메라는 11%인 1900여 개(이하 10월 말 기준)였다. 스쿨존마다 설치할 수 있는 무인단속카메라의 수가 다른 것을 고려하면, 전체 스쿨존 중 설치된 곳은 극히 일부가 된다.

올해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태지만 올해 설치를 목표로 했던 무인단속기 2080개 중 35%인 720여개만 설치가 완료됐다. 경찰 관계자는 “65%는 이미 발주가 완료돼, 올해 안에 설치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행안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신호등도 마찬가지로 이달 현재까지 일부만 설치돼 있었다. 행안부는 올해 안에 신호등 2150여 개를 스쿨존에 설치하기로 했지만, 이 중 10%인 210개만 설치가 완료됐다. 지난해 말 기준 스쿨존에는 1만4800개의 신호등이 설치됐다. 이에 행안부는 올해부터 3년간 1만1200개의 신호등을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스쿨존에는 여러 개의 신호등이 설치될 수 있다.

도로교통법 제 12조에 따르면 스쿨존 내에는 무인단속기, 신호등, 과속방지턱이 행안부령(도로교통법시행규칙)이 정하는 곳(주출입문에 가장가까운 곳 등)에 ‘우선’ 설치해야 된다. 스쿨존 전부 신호등과 무인단속기를 모두 설치해야 하는 강행 구역이지만, 시간상·예산상 제약 때문에 ‘우선’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행안부는 자체 분석을 통해 우선 설치할 곳을 선정, 올해부터 3년간 무인단속기 8800개, 신호등 1만1200개를 각각 설치하기로 하고, 이를 해당 지자체에 통보했다.

하지만 지자체 내 ‘개별 사정’ 때문에, 스쿨존 내 시설 설비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17일 사고가 발생한 광주 운암동의 한 스쿨존의 경우, 주민들이 지난달 5월 한 차례 사고가 발생한 뒤 신호등과 무인카메라 설치를 요구했지만, ‘적절치 않다’는 판단으로 설치되지 않았다. 7살 초등학생이 제한 속도를 어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머리를 심하게 다친 사고가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서 2살 여아가 숨지는 참사가 또 발생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호등 설치 요구가 있었지만,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 설치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지자체의 경우 경찰청이 설치가 필요하다고 통보를 한 뒤에도 예산이 부족해 설치를 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무인단속기 설치를 과세의 한 방편으로 보는 여론도 무시 못할 요소다. 경찰 관계자는 “과속 단속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려고 할 때 일부에서 과태료를 통해 세금을 더 걷으려 한다고 보는 여론도 있다”며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는 혼잡도나 과세 저항보다 안전성에 우선을 두고 시설 정비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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