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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가 좋았다’…바이든 당선에 긴장하는 사우디아라비아
對 이란 강경 대응 전선 약화 우려
‘인권’ 중시 바이든…카슈끄지 사건 꺼내들까
‘예멘 내전’ 개입 중단 공약 바이든…사우디軍까지 철군?
[123rf, AP,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중동 내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20년 미국 대선 승리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가 지난 8일(현지시간)에서야 축하인사 대열에 뒤늦게 합류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물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까지 직접 나서 바이든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냈다.

비교된다. 이집트·카타르·요르단·오만·레바논 등 다른 아랍권 국가들이 전날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선언 직후 각국 정상 명의의 축하 성명을 내놓은 것 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곧바로 살만 국왕 명의의 축전을 낸 것과는 비교되는 상황이다.

비록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점과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는 하지만, 내부엔 바이든 행정부의 탄생을 껄끄럽게 여기는 사우디의 입장이 숨어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對 이란 강경 대응 전선 약화 우려

가장 먼저 사우디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기간 강화된 대(對) 이란 전선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 중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줄곧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5월 파기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다시 참여하겠다고 말해왔다.

이란 핵협정은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이던 2015년 7월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핵협정 탈퇴 선언을 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관계를 급격히 악화됐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했고, 이에 이란이 미사일을 동원해 이라크 내 미군 기자를 폭격하며 전쟁 직전까지 이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위기 상황을 사우디 정부는 내심 반겼다. 수니파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팽창을 견제하고, 수니파 국가들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계기로 삼기도 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강화하겠다 천명한 만큼 중동 내 최대 우방국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악화시키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시절과 같은 ‘밀월’ 관계는 끝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인권’ 중시 바이든…카슈끄지 사건 꺼내들까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사우디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인사건 당시 배후가 사우디 왕실로 드러나자 국제적 비난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정부는 대 이란 압박 정책을 적극 지원하는 사우디 왕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카슈끄지 살해사건’은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사건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가 지난 9월 펴낸 저서 ‘격노’엔 2년전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집필 활동을 해오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사우디 정보요원들에 살해된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빈 살만을 구했다. 미 의회가 그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다 살해당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의 모습이 담긴 사진. [AP]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카슈끄지 살해사건에 대한 사우디 왕실의 책임을 정확히 묻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시절 “우리(미국)의 가치와 우선순위와 완전히 일치하게끔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평가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를 전 세계에서 처벌받지 않고 행동할 백지 수표를 써주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예멘 내전’ 개입 중단 공약 바이든…사우디軍까지 철군?

바이든 당선인은 예멘 내전에 대한 사우디의 개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우디는 아랍 동맹군과 함께 예멘 정부군을 도우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기간 미국은 사우디가 예멘에 대한 군사 개입을 본격화한 이후 무기 판매량을 늘리며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4~2019년 5년간 전 세계 미국 무기 판매량의 4분의 1이 사우디로 넘어갔는데, 이는 2010~2014년 7.4%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사우디는 2015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예멘 내전에 개입했다.

이 밖에도 미국은 예멘 내 활동 중인 사우디군에게 물류 및 정보 지원을 하고 있으며, 사우디 항공기에 공중 급유를 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예멘 내에서 벌어지는 사우디의 군사 활동을 막기 위해 각종 지원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지난해 4월엔 미국의 예멘 내전 개입을 종식시키기 위한 결의안이 상·하원을 통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예멘 정부군 병사의 모습. [로이터]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사우디와 함께했던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공약한 상황인 만큼, 전쟁 중단을 위한 본격적인 평화 프로세스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후티 반군을 격퇴하고 예멘에서의 이란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사우디의 의도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크리스티안 울리히센 라이스대 중동 연구원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 지도부가 백악관으로부터 사실상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끝내려고 할 것”이라며 “이 중에는 사우디를 예멘에서 철수하도록 하는 방법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보좌진들은 지역 적대국으로부터 사우디를 방어하는 것을 돕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며 “무기 판매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둘 수 있다”고도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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