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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부사 이건희의 ‘신경영’ …디자인·마하·인재 경영철학
신경영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라” 量보다 質경영 선언

디자인 경영
“기술력 뛰어나도 디자인 약하면 상품경쟁력 없다”

마하경영
“제트기 음속처럼 초일류 되려면 기술·시장 한계 돌파해야”

인재경영
“천재 1명이 10만명 먹여 살린다” 인재양성 전폭 투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캠핀스키 호텔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철학은 ‘신경영’으로 압축된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마다 과감한 결단력과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디자인 경영’ ‘마하경영’ ‘인재경영’ 등의 새로운 경영 화두를 던지며 초일류 삼성의 초석을 다졌다.

이건희 회장은 신(新)경영을 선포한 1993년 6월 7일부터 8월 4일까지 68일간 독일, 스위스, 영국, 일본을 오가며 1800명과 350시간에 걸쳐 간담회를 했다. 삼성 경영의 중심을 양(量)이 아닌 질(質)로 전환하는 대수술을 단행한 것이다. 질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해야만 국제화·복합화·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신경영의 도화선은 세탁기 불량에서 시작했다. 구미공장 직원들이 불량 뚜껑을 칼로 깎아 맞추는 것을 보고 격노한 이 회장은 신경영을 통해 삼성의 제2 창업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 회장은 '위기의식 재무장'을 주문했으며, 신경영 선포 20주년에도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고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시대에 앞서 ‘디자인 경영’도 중시했다. 기획력과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디자인이 약하면 상품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 회장은 1996년을 디자인의 해로 정하고 “지금부터 과장 이상은 디자인에 손대지 말라”고 주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삼성 임원들은 가전제품 디자인에 간섭하지 못했고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이 탄생했다. 2000년대 들어 삼성 제품이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게 된 비결이다.

또한 이 회장은 1993년 우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디자인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1995년 디자인학교 삼성디자인스쿨(SADI)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마하(Mach) 경영을 내세웠다. 제트기가 음속(1마하는 초속 340m)을 돌파하려면 설계도는 물론 엔진·소재·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는 것처럼 삼성이 초일류기업이 되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회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다시 한번 바뀌어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삼성그룹은 마하 경영의 추진 방향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미래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신기술 개발, 경영 전 분야에 대한 총체적·근본적 혁신, 창의적이고 소통·상생하는 기업 실현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인재경영’은 이 회장의 평생 경영화두였다. 이 회장은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경영론을 펼치기도 했다.

뛰어난 인재 중용을 위해 1995년 국내 기업 최초로 성별, 학벌, 학력을 따지지 않는 ‘열린 채용’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일단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런 연후에 경쟁에서 뒤떨어진다면 그것은 본인이 책임질 문제이지만, 성별·학력·학벌에 따라 미리 차별을 둔다면 그 사람의 숨은 능력을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묻어버리는 꼴”이라며 밝힌 바 있다.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면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취임 후 1991년 지역전문가제도, 1993년 21세기 CEO과정과 21세기 리더양성과정 등 새로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도입했다.

이 회장은 “S급 우수 인재에게는 나보다 월급을 더 많이 줘라”, “좋은 사람들을 뽑아서 끊임없이 교육하고 좋은 인재로 육성하자”고 독려했다. 이는 이병철 선대회장부터 내려오는 세가지 경영철학 ‘사업보국·인재제일·합리추구’를 계승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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