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00여 골판지상자 제조업체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택배물량 폭주에 따른 골판지산업 호황에도 불구하고서다.
골판지산업은 원지 제조업체, 골판지 제조업체, 골판지상자 제조업체로 구성돼 있다. 원지는 골심지·판지·라이너지 3종류가 있으며, 이를 합쳐 골판지가 만들어진다. 대형 원지 제조업체들은 이런 원지 생산부터 골판지 제조, 상자 제조까지 일관화돼 있어 가격인상의 이익이 커진다. 소수의 원지 업체들은 원지 시장의 90%, 골판지 시장의 70%, 상자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상자 제조업체들은 골판지를 원지 업체들로부터 사들여 상자를 생산한다.
문제는 원지업체 중 하나인 대양제지의 최근 화재를 틈타 여타 업체들이 원지 가격을 25% 인상한 것. 이에 따라 상자 업체들의 원자재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완제품인 상자 가격 인상은 쉽지 않다. 상자 수요업체들이 대형 택배·온라인마켓 업체들이서 가격협상력이 거의 없는 탓이다.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은 “원지 업체들이 경쟁사 화재로 공급불균형이 우려되는 시기에 갑작스럽게 가격을 25%나 올렸다. 원지 가격 인상에 이어 골판지 가격도 큰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상자 제조업계의 경우 최종적으로 50% 수준의 가격 인상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전국의 2000여 업체의 연쇄도산으로 업계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관세청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현재 수입 폐지 가격은 올 6월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현재 t당 178달러로, 전월 대비 10% 가량 내렸다. 국산 폐지의 경우는 올 상반기 소폭으로 올랐으나 최근 5년 평균가격인 t당 9만1000에도 미치지 못하는 7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박스조합은 “원지 제조 대기업들이 가격 인상 전 수출을 자제하는 등 적자해소 노력을 해야 했다. 이와 함께 연관 업계와 상생을 위한 소통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원지 업체들의 수직계열화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한 영세 상자업체들에만 고통이 전가된다. 원지 가격 인상부터 철회하고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문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