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올해만 13명 과로사…사과·재발방지 요구에 ‘응답’ 나선 택배업계
CJ대한통운 모든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쿠팡 측도 유족과 면담·사과 놓고 고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가속화한 비대면 구매에 더해 ‘새벽배송’, ‘총알배송’ 등 구호를 앞세운 신속 배송 경쟁으로 올해 들어 13명의 택배운송업계 종사자들이 세상을 등졌다.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택배기사들의 목소리에 일부 업체 측에서 응답하며 고질적인 택배기사 과로 문제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과로사한 택배업계 종사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북 칠곡군 쿠팡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지난 12일 숨진 장모(27)씨의 과로사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20일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쓰러져 사망한 강모(39)씨의 사연도 공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장시간 야간 노동에 시달렸다. 장씨는 집품(분류) 업무를 담당해 하루에 5만보 이상 걷고 시간당 350개 이상 물품을 분류해야 했다. 장씨의 아버지는 “5분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단말기에 호출이 왔다”며 “아들이 집에서 샤워하다 죽었으니 부모 자책이 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근무하면서 가슴을 치기도 했다더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사망 직전까지 2~3일에 한 번 퇴근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강씨는 지난 19일 오후 5시께 출근했다 지난 20일 오후 11시 50분께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이들의 죽음이 명확한 과로사라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이에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부회장)는 같은 날 분류 인력 지원, 산재보험 전원 가입 등의 재발 방지책을 내놓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13명의 노동자 중 6명이 CJ대한통운에서 근무했다. 택배업 종사자들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분류 작업에 기존 인력 1000명에 새로 3000명을 투입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택배기사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쿠팡 측은 유족과 면담과 사과를 고심하고 있다. 장씨 유가족과 쿠팡은 근무시간에 이견을 보이는 탓이다. 쿠팡 측은 장씨가 주 44시간 근무해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유족 측은 야간 근무시간을 환산하면 주 60시간이 넘어간다고 설명한다. 유족은 지난 22일 회견 이전에 쿠팡 본사 측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대책위가 반복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택배업계에서 변화 움직임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 택배 기사약 2만명인데 분류 지원 인력이 4000명이 된다면 다섯 명에 한 명꼴로 손이 느는 셈”이라며 “더 나아진 환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분류 인력 투입 비용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어 결국 부담이 대리점을 통해 택배 기사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비용 분담 문제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소현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