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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사관저 담장 철침·철조망, 문화재청이 막았다
월담 시위에 보안시설 강화 요청
“위협적 보안시설물 설치는 불가”
문화재청, 담장 보수만 허가해
지난해 10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미국 대사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습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

지난해 친북 대학생 단체가 주한미국대사관저 담을 넘어 들어가 기습 시위를 벌인 사건과 관련, 미 대사관이 재발 방지를 위해 관저 담장에 철침 등 보안시설을 설치하려 했지만 문화재청이 이를 불허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대사관저인 ‘하비브 하우스’ 외곽 담장에 보안시설과 추가 펜스 등을 설치하는 내용의 건축행위 허가를 신청했지만, 이달 초 문화재청으로부터 “위협적인 보안시설물 설치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전달받았다.

앞서 미 대사관은 지난 8월 연이은 폭우로 관저 담장 일부가 훼손되자 서울시에 재해복구 허가를 신청했다. 대사관저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덕수궁과 맞닿아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설정돼 있어 건축행위를 할 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대사관 측이 담장 복귀와 함께 신청한 보안시설 강화 허가 요청이었다. 기존에 설치된 담장 이외에 추가 펜스와 철침, 철조망 등 침입자 방지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으로, 지난해 10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 19명이 사다리를 이용해 대사관저에 난입, 기습시위를 벌이는 등 관저 보안이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외교소식통은 “당시 해리 해리스 대사가 트위터를 통해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 측에서는 대사관저 보안 문제에 상당한 불만을 가졌었다”며 “한국 경찰이 뒤늦게 경비 강화에 나섰지만, 자체 보안 강화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신청을 받은 서울시는 문화재청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는데, 문화재청은 “기존 펜스의 범위 내 재설치는 가능하지만, 새로 설치되는 철제 펜스 상부의 철침 또는 윤형철조망 등 위협적인 보안시설물 설치는 불가능하다”며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렸다. 대사관저 담장이 덕수궁 돌담과 맞닿아 있는데 위협적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문화재 보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 대사관 측은 관저 보안을 위해 추가적인 보안시설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한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대사관 내에서 정기 보안 평가 절차에 따라 관저 안전을 평가했다”며 “(보안시설) 설치 허가 요청도 이 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사관저는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불가침의 영역으로 보호받는다. 이에 따라 한국 경찰이 관저를 보호하고 있지만, 사건 당시 관저 앞을 지키던 의무경찰은 시위대가 다치는 것을 우려해 월담을 그대로 지켜보기만 하는 등 허술한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사건 이후에도 월담을 주도한 대진연 등 일부 단체들은 미 대사관과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 형식의 반미 집회를 반복했고, 미 대사관은 안전에 관한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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