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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주제 개혁' 시위 중 태국서 전 국왕 추모 열기가 높은 이유는?
전 국왕 선정(善政)에 대한 존경, 현 국왕 불만으로 이어져
와치랄롱꼰 국왕, 코로나19로 국민 고통받아도 축재에만 골몰
정치적 중립까지 깨뜨려…현 총리 공개지지해 보수파 편들어
지난 14일(현지시간) 한 왕당파 지지자가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현 국왕의 사진이 걸려있는 건물 앞에서 4년전 세상을 떠난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전 국왕 부부의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군주제 개혁’을 촉구하는 태국 반(反) 정부 시위대의 목소리가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 및 집회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 수록 더 커지고 있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 정권이 야권을 탄압하고 재벌의 범죄에 대해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분노가 타오르는 상황에, 사치와 여성 편력 등으로 비판받아온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이 외유를 마치고 입국하자 비판적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왕실까지도 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상황이 악화될 수록 4년전 세상을 떠난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전 국왕에 대한 태국 국민들의 그리움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며 연이어 발생한 군부 쿠데타 등에서도 태국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잡았던 전 국왕의 모습이 현 국왕의 모습과 더 크게 비교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왕 선정(善政)에 대한 존경, 현 국왕 불만으로 이어져

지난 13일 열린 푸미폰 전 국왕의 4주기 추모식에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들이 참석해 그를 추모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푸미폰 전 국왕을 추모하는 글들로 가득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전 국왕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태국 학생들의 모습. [로이터]

푸미폰 국왕의 추모식에 참석했다는 한 방콕 시민은 “태국의 민주주의는 늘 불완전했지만, 전 국왕은 구심점을 잡는 등 제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현 국왕은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 내각의 정치 탄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정국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면서 왕이란 이유로 사치를 누리고 각종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반정부 집회의 이면엔 현 국왕에 대한 불만이 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전 국왕에 대한 태국 국민들의 존경과 그리움 때문에 코로나19 확산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전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현 국왕의 부정적 모습이 더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국민 고통받아도 재산 축적에만 골몰

‘왕실모독죄’의 뒤에 숨어 부와 권력만 탐하는 국왕을 태국 국민이 더 이상 존경하지 않는 모습니다.

‘살아있는 부처’로 불렸던 선친 국왕과 달리 와치랄롱꼰 국왕은 지난 2017년 왕위 승계 후 축재에만 골몰했다.

태국 재무부 통제 하에 있었던 왕실재산관리국(CPB)을 직속으로 만들어 최소 400억달러(46조원)에 달하는 왕실자산을 모두 국왕 개인에게 귀속시켜버렸다.

지난해 7월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왕족’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당시 매체는 그의 재산을 300억달러(약 34조2900억원)로 추정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자산(180억달러, 약 20조5000억원)보다 120억달러나 많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열린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전 국왕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현 국왕 부부의 모습. [로이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와치랄롱꼰 국왕은 수티다 왕비 등 가족과 함께 독일로 떠나 수 개 월간 호화로운 휴가를 즐기다 태국으로 돌아왔다.

관광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태국 경제는 그 사이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수백 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8%로 추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올해 왕실 예산은 2018년의 두 배인 90억바트(약 3300억원)에 달한다.

야당이 왕실 지출을 조사한 결과 비행기 애호가인 와치랄롱꼰 국왕은 항공기·헬리콥터를 38대나 소유하고 있었다. 또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그는 545캐럿이나 되는 다이아몬드도 갖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위대가 태국보다 독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국왕이 왜 공적 자금을 썼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적 중립까지 깨뜨린 현 국왕

돈 욕심뿐 아니라 권력욕도 남다르다.

입헌군주국인 태국은 헌법상 국왕이 상징직인 국가원수에 불과하나, 현 국왕은 지난해 총선에서 쁘라윳 현 총리를 공개 지지하며 보수파에 잔뜩 힘을 실어줬다.

수많은 쿠데타에도 철저히 중립을 지키며 중심을 잡아온 선친 푸미폰 국왕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이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현 국왕 사진이 걸려있는 건물 앞을 “태국은 왕의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게다가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올해 3월 독일로 피신해 원격으로 국내 정치를 맘껏 주물렀다.

사치만 일삼고 국민의 고통을 보듬지 않는 국왕을 곱게 바라보는 이는 드물었다. 오죽하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태국을 통치하는 행위가 독일 영토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까지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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